여행은 결국 사람이다

#118

by J임스

#118


클럽에서 한껏 라이브(Live) 무대에 취해 결국 곁에 있던 태국 친구들과 무작정 어깨동무를 한 뒤로,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는 대충 가늠할 수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나니 시계는 이미 오후 3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물을 마셔봐도 여전히 술맛이 났다.

문득 일근이 생각이 났다.


아마도 녀석이 없으니,

내가 혼자서 친구의 몫까지 먹고 마시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고군분투- 였다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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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와서 노점 식당에 앉아서 능숙하게 주문을 했다.

별다른 추가 반응이 없는 주인을 보니, 역시나 익숙함과 경험이라는 것이 참 큰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젓가락을 비비고 있으니 문득 홀로 동남아를 여행하던 때가 떠오른다.

갈대와 같은 건 비단 여자의 마음뿐만은 아니다.

여행자의 마음도 역시 갈대와 같다.

가볍게 스치는 바람에도 갈대는 나부낀다.


오늘은 드디어 유리를 만나기로 했다.

방콕 최대의 주말시장이라는 짜뚜짝(Chatuchak) 시장을 구경시켜 준다고 한다.


지하철을 타고 약속 장소로 나가는 중에도 내내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역에 도착하니 누군가 이내 뒤에서 손으로 눈을 가렸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한참을 서로 부둥켜안은 채로 서로의 발을 굴러댔다.

여행은 결국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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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그간의 이야기들을 쏟아내며 밤을 꼬박 시장에서 보냈다.

시장은 규모가 굉장했고 유리는 나보다도 더 신난 모습으로 시장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하루 만에 욕망에도 귀여운 정도가 있다- 라는 기분이 들었다.

가만히 신난 그녀를 바라보는 것으로도, 내 마음이 풍족해지는 기분이었다.


일근이가 아쉬운 하루다.


역시나 여행은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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