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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임스 Apr 26. 2016

와카야마, 온센 기행문

2월 11일, 2009년의 일기를 고쳐 쓰다.

고니는 내가 일본으로 건너오기 전(2008년),
"유익한 프로그램을 준비해놓고 있겠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유익한 프로그램이란 무얼까라는 생각을 잠시 한 적이 있었지.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유익하든 아니든의 사항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온센- 을 다녀왔다.
와카야마로.
Wakayama..!

이틀간에 거친 여행에 조금 지치기는 했지만-
(왕복버스가 무슨 미국에서의 차이나버스 같더라; 허리와 다리의 각도가 직각이 된다는 의미)
코를 자극하는 냄새의 유황水가 따스하게 적신 건 나의 몸이 아니라, 온전히 마음이었다.


아침부터 신오사카역으로 갔다.
간밤에 고니와 요이치는 EPL(프리미어리그 축구)을 봤다.
지성팍(J.S. Park)보다 잠이 중요한 나는, 그저 LOFT(다락방)에 올라가 먼저 잠에 들었을 뿐.

덕분에 아침부터 홀로 쌩쌩하다.


카메라를 장전하는 일이 이제는 꽤나 익숙해졌다.

준비되면 쏜다.
빵- 하고.
(내 사전에 연사란 없다랄까)


할아버지, 할머니들만 올라탄 버스에 첨엔 흠칫-
'묻지 마 관광'에 대해 요이치한테 설명해주고는,

고질적인 카- 씩-(멀미)에 대비해 이어폰을 꼽고 바로 누웠다.
(마음은 누웠지만 몸은 여전히 90도 각도)

약 네 시간 정도가 걸린다는데.
중간에 서더라고.
테마파크 같은 곳인데, 점심밥을 먹으란다.

당연히 집에서도 큐큐-(99엔) 숍만 이용하는 고니와 나에게는 씻나락(?)한 소리다.
겨우 빵만 하나 먹어준다.


대신에 테마파크를 등지고 요이치를 모델로 만들어줬다.
사진 하나 찍어준다고, 어느 동네 바닥을 자기 집처럼 등으로 싹싹 문대 준다.


인물사진을 찍는 일은 즐거운 기쁨을 주지만, 동시에 사진사가 안 나온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존경해 마지않은 고결한 정신세계의 소유자인 L군에게는 아마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테지만,

나 같은 '시선집중要증' 환자에겐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 문제다.

또 그렇다고 사진기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사진 속으로 들어가면,
노출이 어떠네, 구도가 어떠네, 타이밍이 이게 아니네-
(라고 속으로는 엄청 구박해주고 싶지만)
조용히 카메라를 받아 'Delete' 버튼을 지그시 눌러주는 것이, 이제는 웃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된다.

쨌든, 그래도 오늘은 조금은 낫다.
요이치한테 '모델병'을 옮겨줬다.
한번 걸리면 완치가 거의 불가능한 중증이다.
(요이치, 미안)


다시 차량에 탑승.


목표지인 센조 호테루-(호텔)로 간다.
크기로 미루어 짐작컨대, 멋진 온천이다.
(J임스 생각; '크다'='좋다', '멋지다' 등)
예약한 숙소에 짐을 풀고 야외 온천장으로 가는 길에, 비가 몰아치기 시작한다.


요이치는 실내湯을, 고니는 야외湯을 고집한다.
나는 결국에 이기는 것은 항상 고니인 것을 안다.
고니의 말에 따르면, 요이치는 그저 'X밥'인 것이다.

결국 우리는 그날도, 비바람을 뚫고 우산까지 빌려 쓰고 야외 온천장으로 갔다.
(당연한 결과, 요이치가 조금 개긴 것 같기는 하지만)

밤공기를 크게 한껏 들이마시고는 차가운 겨울비를 맞으면서,

어두운 하늘 너머 멀리 바다가 보이는 뻥 뚫린 숲 속의 유황湯에서 몸을 담가본 적이 있는가?

진정으로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아닐까-

비바람이 몰아치는 덕분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고니와 나, 요이치만이 느긋하게 온천을 즐길 수 있었다.
(나눈 이야기는 대부분 B급도 안 되는 실없는 농담들이었지만)

유익한 프로그램이라.
맞다.
고니는 약속을 지키는 남자다.

가만히 어두컴컴한 밤하늘과 밤바다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언제고 다시 이곳에 오고 싶다'라는 생각도 해본다.

방으로 돌아와서의 우리들-


좋은 느낌의 사진이다.

이날 밤,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동안 서로 못했던 이야기도 조금씩 더 나눴고.

친구란, 서로의 입장이 달라도
적어도 끊임없이 포기하지 않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배려심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제일 어린 요이치가 때로는 제일 어른스럽다.
녀석의 말처럼;

"지나온 것은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이제 시작일 뿐이에요."


그래,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물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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