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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임스 Sep 19. 2016

그것은 사람이다

9월 18일, 2016년의 생각을 정리해 쓰다.

추석 연휴가 바람같이 지나간다.

연휴 첫날에, 후배 S가 굳이 인사를 오겠다며 동네까지 먼 길을 행차했다.


항상 잊지 않고 체크 인(check-in) 해주는 녀석으로,

'여행자의 삶' 편 초반에 등장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고민이 많거나 혹은 생각을 정리하는 중에 나를 찾는 경우도 많은데

이 날도 추석 인사와 고민 공유하기가 묘하게 공유된 짧은 만남이었던 것 같다.



이야기의 단순한 요는;

형, 저 아무래도 미국으로 다시 가야 할 것 같아요-

라는 골자였다.


S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녀석이지만 미국에서 대학 학위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한치의 오차도 없는 FM 같은 캐릭터의 전형으로,

나와는 절대적 대치점을 이루는 인간이었다.


S와는 군대에서 소위 말하는 맞선임-맞후임의 관계에 가까운데

나는 당시 (그리고 지금도 물론) 어떻게 하면 FM의 굴레를 (슬쩍) 비껴갈 수 있는지만 궁리하는 삶이었다.


그러던 S는 미국에서의 생활을 통해 많은 부분이 변했다.


나는 그의 고생 많았던 미국 생활기를 가만히 들어주기도 하고,

고민 상담도, 진로 상담도,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들도 거의 매 분기마다 전해 들으며

한 개인의 캐릭터 형성에 소속과 교육, 환경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느꼈더랬다.


그랬다.

미국에서 돌아온 그는, 사실 새 사람이 되었다.


동생의 완벽한 FM적인 면모가 참 바르게 보였으면서도, 내심 걱정이 되던 나는

그런 그의 성장에 '역시 미국물'이라며 속으로 많이 부러워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국물의 효과는 정말 대단하다.

(양키 워터 어메이징, 이펙트 슈퍼 리얼 짱짱)


S는 귀국 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취업의 험로를 지나 직장을 구했고 열심히 일했다.

아무리 사람이 변했어도 몸에 깊게 베인 습관이란 뚜렷할 것이다.

FM적인 일처리로 일에 큰 사고 없이, 하나하나 처리해 나아갔음이 눈에 훤하다.


S는 결코 가벼운 사람이 아니다.

나와는 대척점에 있다고 했으니, 그 진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가 한국에서의 삶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다-

라고 이야기할 때엔 괜한 갓 직장생활을 시작한 청년의 푸념 정도로 들리지는 않았다.


말을 내기까지, 또 그 말을 내기 위해서 생각을 정리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뭐가 그리 힘드냐고 물었다.


S는 사람과의 관계가, 사람들이 조직에서 생각하고 사는 방식이 함께 공유하기가 힘들다고 하였다.

회사를 갔더니 그냥 군대생활의 연장선 같다고도 했다.

사람들이 조직을 이뤄 사는 모양새, 그 속에서 하는 행동양태가 전혀 다를 바가 없다고.

예외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는 S가 내게 직접적으로 물어왔다.

"형은 군대에서 근데 어떻게 그렇게 하셨어요?"


순간 엄청 큰 칭찬을 들은 것 같아서, 알면서도 애써 태연한 척 다시 물었다.

"응? 어떻게라니?"


2년이 조금 넘는 군에서의 짧다면 긴 (길다면 짧은) 생활 속에서 내가 속으로 가진 생각은 무척 심플하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큰 변함이 없는데,

S에게는 즉답을 하느라 표현이 유려하지 못했지만 글을 빌어 조금 정리해보고자 한다.



사람을 대할 때는 항상 인(仁)의 마음으로 대한다.


인(仁)이라는 것은 비단 '어질다'라는 말이 아니다.

인(仁)이라는 것은 사람(人)이다.


그리고 공자께서 구태여 제자들의 물음에 명쾌히 설명하신 것이,

사람이 사랑하는 것이 바로 인(仁)의 진리다-

라고 하셨다.


우리는 사랑한다 말을 하고,

사랑한다 글을 쓰고,

사랑을 노래하며,

누가 보아도 사랑하는 것처럼 사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인(仁)이란 '진심으로 우러나서' 남을 사랑하는 것이다.


마음속으로부터 흔연히 기뻐하며 남을 사랑할 때,

조직이든 개인이든 대상을 초월하여 인(仁)의 마음으로 사람을 대할 때,

좀 더 좋은 세상이 될 수 있다고 나는 여전히 믿고 있다.



나는 S의 생각과 아직 다듬고 있는 그의 결심을 101% 지지한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둔한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공자께서는 인(仁)을 세우고, 맹자께서는 거기에 의(義)를 더했다.


세월이 사정없이 흘렀다.

세대가 지나고, 시대가 바뀌었다.


하지만 다시 돌고 돌아, 이제 또 깊이 살펴보니-

역시 정답은 사람이라 하겠다.


인(仁)의 마음으로 서로를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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