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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임스 Apr 21. 2019

도시의 거리 Street of City #03

Seoul, Korea

매일의 바쁜 일상이 부대끼는 거대한 도시(Metropolitan City)일수록 쉼터가 필요하다. 뉴욕에는 센트럴 파크(Central Park)가 있고, 파리에는 뤽상부르 공원(Le Jardin du Luxembourg)과 뛸르히 가든(Jarden des Tuileries)이, 홍콩에도 가오룽 공원(九龍公園)이 있어 사람들에게 휴식과 위안을 준다.


도시계획 같은 것은 잘 모르지만 이리저리 다녀본 바로는 주요한 도시일수록 이와 같은 공간의 구성 혹은 배치가 도시의 삶에 숨통을 틔워주었다. 이 곳(서울)에서의 삶의 만족도에도 의문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이다. 그것이 사회적 문제이든 환경적 요인이든, 모자란 숨을 채우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주기적(週期的) 행위가 필요하다.


나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성격에 다소 괴팍함이 있는지라 다수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쉼을 찾아온 공원 등에서는 오히려 마음의 평온을 찾기가 힘들었다. 녹음(綠陰)을 앞에 두면 눈과 마음은 쉽사리 편안해지지만 생각의 힘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도시에서의 삶과 고민은 도시를 앞두고 있을 때 비로소 더욱 분명해졌다.


그런 나에게 최적의 장소는 북촌 8경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6경으로, 가회동 31번지의 한옥들을 따라 길을 오르면 언덕길의 막바지에 이르러 나만의 작은 쉼터가 나타난다. 공간적으로 어떤 표시가 되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참을성 있게 길을 오르고 올라 드디어 뒤를 돌아서면, 나타나는 풍경으로써 스스로의 구역에 대한 마킹(Marking)을 대신한다.


차분하게 늘어선 한옥들 사이로 멀리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간대는 석양이 내리기 전 한 시간 정도로 시작해서 자연의 채광이 떨어진 자리를 사람들의 땀과 눈물, 행복과 슬픔 등이 뒤섞여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 도시의 야경이 드러나는 정도의 두어 시간 정도를 가장 좋아한다.


언덕 위의 돌담에 기대서 때로는 그대로 바닥에 앉아서 내가 사랑하는 도시를 내다본다. 잠시 머물다 지나는 사람들이나 커다란 삼각대를 가지고 와 사진을 담는 사람들이 이따금 내게 과다한 몰입(沒入)에 신선한 환기가 되어준다.


도시에는 오늘의 단편들이 이루어가는 각각의 장편이 존재한다. 그 어떤 장편 하나 자세히 들여다보거나 어루어 만질 줄 모르는 서툰 인간이기에 그것들을 총망라한 자리에서 나라는 이야기를 반추해 나간다.


궤변이지만, 아마 그것이 내 멋대로 식의 애정표현인 것 같다.



Street of City #03, Seoul, Korea

Location: Seoul, Korea

Date: Sep 18, 2016

Format: 135 Film(35mm)

Film: Kodak ColorPlus 200(Color Negative)

Camera: Nikon F3

Lens: Nikkor AF 35mm F2D

Exif: f/Unknown, Unknown, ISO 200

Editing: Digital Scan(JPEG), Aperture 3.6(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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