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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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라오스의 수도인 비엔티엔(Vientiane)으로 다시 길을 떠나려고 했다.
아침식사를 위해 느릿한 걸음으로 마을을 걷다 보니,
‘루앙프라방’이라는 이름의 베이커리 샵에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한국인이다.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스물일곱의 희나는 새로운 시작을 꿈꾸고 있는 청춘이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경력을 옮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역시 그녀에게도 세상 일은 녹록지가 않았던 모양이다.
일자리를 구하다가 홀연히 이 곳으로 떠나왔단다.
훌쩍하고, 어딘지도 잘 모르는 그런 곳으로.
메리안과 시나, 에드가 함께 카페로 나타났다.
오늘따라 에드의 얼굴이 밝다.
자연스럽게 수다가 오갔고,
그렇게 희나도 어느새 슬로우보트 그룹의 멤버가 되었다.
해가 점점 떠올라 머리 위에 올라앉고 나서야 벌써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래도 오늘 이 곳을 떠나기에는 이미 늦은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와 해먹에 걸터앉아 조용히 책이나 읽을까 하던 차에,
친구들이 숙소로 찾아와 블루라군에 함께 가자고 했다.
이미 한 번 다녀온 덕분에 먼저 길을 안내할 그룹 리더를 자청했다.
그러다 희나가 생각나서 아침에 전해 들은 그녀의 숙소로 찾아가 뒤에 태웠다.
빠이에서 사고가 난 이후로 다시는 누군가를 태우지 않기로 다짐했으나
어쩔 수 없잖아- 라고 생각해 버렸다, 그냥.
나른한 오후를 라군에서 그녀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채웠다.
다행인지 그녀도 수영엔 젬병인 듯하다.
그녀가 쉴 새 없이 나무에서 떨어져 내리는 여행자들을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한다.
가감 없이 순수한 그녀의 미소를 보면서 나도 왠지 행복해졌다.
마을로 돌아와 또 여느 때처럼 사람들에 한데 섞여서 함께 저녁을 먹고, 또 함께 취한다.
오늘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한 비어라오를 마셨다.
알딸딸하다.
엊그제 우울했던 기분은 이제 모두 사라진 것 같았다.
하늘의 별들이 오늘따라 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