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
#062
간밤에 비가 엄청 내렸다.
메콩강 물이 배는 불어난 것 같다.
오늘은 떠난다.
그것도 단번에 국경을 넘어서 베트남으로 바로 건너가기로 했다.
수도인 비엔티엔까지는 아무래도 비슷한 풍경이 계속일 것 같아서,
서른 시간이나 걸리는 버스를 타고 베트남 중부의 다낭이란 도시로 간다.
급하게 희나와 작별인사를 나눴다.
그녀는 뭔가 아쉬운지 계속 미니밴 앞을 서성거렸다.
어서 들어가라고 재촉하니 마지못해 늘어진 어깨를 터덜거리며 들어간다.
만남을 위한 헤어짐일지라도 아쉬운 마음은 늘 한켠에 있다.
다행히도 내가 첫 번째 숙소인지, 텅 빈 미니밴의 맨 앞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괜히 자리를 뺏길까 봐 앉자마자 가방을 끌어안고 잠들어버렸다.
멀미는 정말로 나를 쿨하지 못하게 만든다.
방비엥에서 계속된 액티비티로 나름 몸이 피곤했던지,
비엔티엔에 도착할 때까지도 좀처럼 잠에서 깨어나질 못했다.
눈을 떠보니 미니밴의 좌우로 늘어선 상점들이 도시로 돌아왔음을 알려줬다.
기사는 한마디 말도 없이 사람들을 시내의 한 여행사에 내려주고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멀뚱하게 서 있는 내게 종이를 들고 다가온 여행사 직원이 이름을 확인하더니 곧 다른 밴에 태웠다.
행선지가 어딘지 묻지도 못하고 어둠에 묻힌 시내를 또 달렸다.
앞에 보이는 풍경을 보니 터미널인 것 같았다.
또다시 기사는 한마디 말도 없이 나를 터미널에 내려주고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이때부터 지옥문이 열렸다.
동남아를 여행하면서 한 번씩은 만난다는 헬(Hell) 게이트.
미리 예약한 버스에 내 이름이 없는 데다가 설상가상으로 남은 좌석도 없는 것.
사실 나를 더욱 황당하게 만든 건, 버스엔 이미 아예 남아 있는 공간 자체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전면에 VIP라고 자랑스럽게 씌여진 커다란 버스에는
총 3열 2행의 좌석과, 2열의 좌석이 아닌 좌석이 있었다.
통로까지 가득 찬 사람들을 보며 아찔함이 몰려왔다.
시계는 이미 자정을 가리켰다.
기사와 차장은 나를 놓고 큰소리로 실랑이를 하고 있었고
나는 건드리면 곧 울 것만 같은 얼굴이 되었다.
이건 태워 줘도 문제라고 생각하는 순간, 정말 문제가 되었다.
기사가 가득 성난 얼굴로 내게 휙휙 하고 손짓을 한다.
나는 차장을 멍한 얼굴로 쳐다봤고 그녀 역시 내게 휙휙 하고 손짓을 했다.
백 명은 돼 보이는 승객들도 모두 이 잔뜩 울상을 지은 낯선 여행자만 쳐다볼 뿐이었다.
깊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한 번쯤은 겪어야 할 일이다- 라고 생각했던 것이 그럴싸한 이유였고,
사실은 정 못 참겠으면 달리는 버스 안에서 난동이라도 부리겠다- 고 다짐한 것이 진짜 이유였다.
탑승을 했다.
아니, 탑승을 했다기보다는 버스에 실려졌다는 표현이 맞겠지.
화장실에 들어가서 24시간을 버티는 묘책을 내고 버스 뒤편을 돌아봤으나
이미 그곳엔 짐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미 그곳엔 짐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미 그곳엔 짐들이 가득 차 있었다.
마음을 아주 굳게 먹었다.
군입대를 할 적에도 이렇게 단단한 마음은 먹어본 적이 없던 것 같았다.
멀미약 세 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
물은 아주 조금만 삼킨 채로.
비엔티엔까지 오던 길처럼 모든 게 잘 될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좁디좁은 버스의 통로에 몸을 구겨 넣었다.
내 앞의 아주머니는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버스가 출발한 지 삼십 분 만에 내게 몸을 반쯤은 누이고 있다.
벌써부터 베트남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