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내가 느낀 것일 뿐

#075

by J임스

#075


새벽에 출발하는 버스는 두 시간이나 연착이 됐다.

덕분에 캐나다 부부인 라스코와 타냐를 만났다.


같은 버스를 타고 방콕으로 가는 일행이었는데, 신기하게도 한국에서 오는 길이란다.

부부는 한국에서 영어강사 생활을 하고 캐나다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라스코는 신혼여행이 너무 늦었다면서 타냐를 보고 웃었다.

타냐도 그런 라스코를 보고 마주 웃는다.


나를 괜스레 외롭게 만드는 이들 부부와 함께 버스에 올라 국경으로 떠났다.


아침이 되고 나서 국경에 도착했는데 베트남 국경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

사이사이로 빠져나가는 사람들도, 그냥 우직하게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래도 대부분은 국경을 넘나들며 장사를 하는 상인들인 것 같았다.

줄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도 사실 잘 모르겠어서 가만히 있었더니, 뭔가 조금씩 차례가 오는 것 같다.


이렇게 벌써 국경을 네 번이나 넘었다.

국경 너머에는 방콕까지 가는 일행들을 위해, 작은 승합차가 하나 기다리고 있었다.


한 여섯 시간을 내리 달렸을까.

바람처럼 달려온 밴 앞으로 ‘위대한 천사의 도시’가 그 위용을 점차 드러낸다.


방콕으로 돌아왔다.

차량은 우리를 딱 카오산 로드에 내려주었다.


라스코와 타냐에게는 숙소에 대한 팁을 약간 전한 다음, 서로의 행복한 여행을 빌면서 헤어졌다.

나는 처음에 방콕에 왔을 때 일근이와 같이 머물던 숙소를 찾아갔다.


그새 주인이 바뀌었다.

인연 때문에 찾은 곳이라, 그렇다면 그냥 새로운 곳에 머물기로 하고 다른 곳을 찾았다.


인도에 가기 전에 좀 여유롭게 쉬고 싶은 생각으로 도미토리가 아닌 싱글(Single) 룸을 선택했다.

창문 틈으로 햇빛이 어른거리는 방 침대에 배낭을 던지니 뭔가 익숙하고 친숙한 기분이 들었다.


유리를 만나기 위해 쭐라롱껀 대학교를 찾아갔다.

한 달 만에 만나는데도 마치 일 년은 지난 것처럼 서로가 반갑다.


유리와 저녁을 먹는 동안 그간의 여행담을 들려준다.

그녀는 국제관계학을 공부하는 학생이기에, 내가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을 더욱 전달해주고 싶었다.

그것이 그녀에게는 어떤 텍스트(Text)보다도 더 사실적이고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참을 떠벌리고 나니, 모두 내가 보고 내 주관으로 생각하고 판단한 것들일 뿐이다.

순식간에 밀린 식사로 입을 돌려버렸다.


항상 말을 하다 보면 듣는 것을 잃어버린다.

먼저 듣는 사람이 되는 것이 여전히 내겐 큰 숙제다.


유리는 그렇게 변덕스러운 오빠에게도 끊임없는 미소로 행복감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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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으로 돌아와 노점에서 맥주를 한병 주문했다.

주위를 스쳐가는 수많은 여행자들이 마치 한 덩어리처럼 느껴진다.


인도에 간다는 민경 씨를 만났다.

같은 비행 일정이라는 것을 알고는 출국일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맥주 때문인지 여행자들 때문인지 금방 피곤해졌다.

전환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은 사람은 바꾼다는데- 정말일까.

글쎄, 결국엔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지구는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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