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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베이다 Aug 27. 2023

"박강아름 결혼하다"

해외생활

"오랜만에 영화보다"


알제리 생활이 바빠서 영화는 거의 안 보고 예능프로그램만 의무감으로 봤는데, 오늘은 다큐멘터리 영화인 "박강아름 결혼하다"를 봤다. 독립영화 감독인 박강아름님의 결혼이야기와 출산 그리고 프랑스 유학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영화인데, 나의 신혼 생활과 너무 똑같아서 깜작 놀랐다.


박강아름님과 성만님은 진보정당에서 만나서 결혼까지 했고, 아름님의 주도로 동거와 결혼을 하고, 프랑스 유학도 가게 되었다. 영화를 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패드로 책 정독하듯 봤다.


내가 아내를 만나서 결혼하고, 쌍둥이를 낳고, 키우면서 소소하게 그러나 때로는 크게 싸우면서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도 주면서 그렇게 20년을 보냈는데, 오늘 영화를 보니, 그게 얼마 안 된 일로 느껴지고, 너무 감정적으로 공감이 되었다. 나도 저렇게 했었는데, 내가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는데, 성만님도 이해는 되나, 그래도 아내를 한 번 더 기다려주고 생각하는 것이 맞는데,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정작 나는 그러게 생활하지 못했으면서 남의 이야기니까 내 마음대로 참견을 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름님께서 결혼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한다. 서로 싸우고 상처를 주고, 해답은 안 보이고, 고민은 깊어지고 그래서 결혼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로 결심을 하고 식당을 열어서 사람들을 초대하고 인터뷰를 한다. 그러나, 깊은 대화 속에서 쉽게 답을 찾지 못한다. 결혼 생활에 대한 답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지 교과서에 나와 있지는 않다. 사람들마다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영화의 맨 마지막에 아름님께서 진정한 바다가 보고 싶어서 덩캐르크에 기차를 타고 간다. 가는 라이 장날이라고 비가 오고, 성만님은 얼굴에 이미 짜증이 엄청 났다. 나도 예전에 저런 적이 있다. 아내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나의 감정을 숨김없이 다 드러내서 아내에게 상처를 주고, 아이들에게도 상처를 줬었는데, 아! 영화보는 내내 그런 과거의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미친듯이 지나간다. 갑자기 내 옆에 없는 아내에게 미안함이 미친 듯이 밀려 온다. 눈물도 날려고 한다.


아름님이 보고 싶은 바다가 눈 앞인데 비도 많이 오고, 보리를 태운 유모차는 비 때문에 해변 모래 위를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성만님의 짜증은 하늘을 뚫고 올라갔다. 아내에게 감정을 드러 내는 장면에서 나는 충고를 하고 있다.


"성만님, 아내를 생각해 주세요."

"인생에서 아내가 나에게 무언가를 진지하게 요구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그러니, 한숨을 크게 가다듬고 나의 감정을 절제하며 아내에게 다가가세요."


성만님이 나의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못 듣는 것 같아서 서운해 하고 있는데, 왠걸 성만님이 내 이야기를 들어 주고 있다. 아내를 위해서 유모차를 둘이 같이 들고 해변을 지나 바다 앞까지 갔다. 비는 더 세차게 내리고, 두 사람은 기념 사진을 남기면서 서로에게 위로를 한다. 사진을 찍고 서로가 무언가 이야기를 한 후에 다시 유모차를 들고 도로 쪽으로 나오면서 영화는 끝난다.


프랑스 유학을 위해서 아름님은 오랜시간동안 많은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러던 중에 성만님과 결혼을 하게 되었고, 둘이 같이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독립영화 감독이었으나, 애니메이션 등 그림에 대한 공부를 위해서 프랑스 유학을 간 것인데, 남편인 성만님은 가사와 육아를 담당한다. 그리고, 어학원에 다니면서 프랑스어를 공부한다, 물론 어학원에 갈때는 보리를 유모차에 태우고 간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러나, 성만님의 입장에서는 나름 현타가 올 수 있다. 딸아이 보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는데, 본인의 넋두리를 대화형태로 하는데, 혼자사는 외노자로서 감동이 살짝 짠하게 왔다. 가족이 같이 살지만, 이 분 외롭구나, 그래서 보리와 대화를 하면서 나름 고충을 털어 놓는구나. 나도 그 느낌 안다.


헤외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문화와 언어가 다른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고, 내가 그 삶을 받아 들이지 못하면, 고향을 생각하는 향수병이 크게 올 수 있다.


나도 가끔 생활하다 보면 외롭고, 가족이 심하게 보고 싶은 날이 있다. 참으로 무엇을 해도 극복이 안된다. 알제에 생활하면서 술을 끊었더니, 예전 같으면 술을 먹고 잤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술 대신 커피를 마시면서 미친듯이 글을 썼다. 내 마음과 머리 속에 있는 감정을 일기장에 쭉 펼쳐서 나름 해소할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리고, 운동을 하면서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노력도 했다. 운동과 글쓰기는 은근 혼자서 힘든 일이 있을 때, 도움이 된다. 특히, 운동은 도움이 많이 된다. 나가서 산책을 하거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뭔가 변화를 주면 좋다.


이럴 때는 가족에게 전화를 하면 안된다. 나의 이런 상황을 받아 들일 준비가 안된 가족에게 나의 이야기를 해 봤자 공감은 안되고, 외로움만 더 늘어 간다. 그게 아내와 아이들의 잘못은 아니다. 서로가 다른 환경에 살면서 대화도 부족한데, 갑자기 생긴 나의 감정을 받아 줄 수 있는 건 아니다. 가족 단톡방에 안부정도만 물어보고 내가 일단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



"박강아름 감독님"


1982년생이시고, 영화 3편을 제작하셨다.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 (2015)

"박강아름 결혼하다" (2021)

"Love in the Shadows" (2019)


두 작품은 제작을 하셨고, 마지막 작품은 출연을 하셨다. 영화 내에서 표현되는 그림 애니메이션도 은근 나의 과거의 감정을 끌어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영화는 시간날 때 계속 보면서 아내에게 대한 나의 어린 시절 반성을 해야 겠다. 아이들에게도 미안했는데, 영화 속에서 성만님은 아빠로서의 역할을 아주 잘하고 있었다. 나도 사회 생활 하면서 가족을 크게 돌보지 않고, 회사 생활에만 집중했는데, 지금은 그게 너무 후회가 된다.


결국 내 주변에 남는 것은 가족과 친구인데, 크게 볼 일도 없는 회사 동료들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헤어지면 서로 간의 관계는 정리가 된다. 크게 이어지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감독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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