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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베이다사는마리우 Apr 01. 2024

Day 249 - "모로코 출장"

매일매일 정신없는 하루 일상

"모로코 출장 갈려고 하는데"


본사에서 그룹장이 모로코 법인으로 출장을 온단다. 현재 사업  현안에 대해서 지점장이 직접 와서 보고하라는 메시지가 왔다. 지점장은 후배 그룹장이 출장와서 보고하라는 것이 탐탁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지점장과 함께 모로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모로코로 가는 방법은 프랑스 파리를 경유하여 가는 것이 제일 빠르다. 일반적으로는 새벽 첫 비행기로 이동하나, 이번에는 굳이 빨리 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지점장이 오전 10시 파리 가는 비행기로 예약을 했다. 새벽 비행기를 타면 새벽 2시반에 집에서 나와야 하는데, 아침 10시 비행기라서 8시경에 집을 나왔다.  


공항은 여름 휴가철이라 그런지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프랑스 가는 비행기가 지연되어서 카사블랑카로 가는 비행기 연결편을 놓칠 수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파리에서 연결편을 놓치면 밤 늦게 모로코에 도착하기 때문에 피곤함은 배가 된다.


집에서 공항 갈 준비를 하는데, 두바이 사무실에서 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지난 5월에 선적한 물건의 대금을 아직까지 입금 확인을 못했다고 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그래서, 사무실에 출근한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여러가지 이유를 댄다. 돈이 아직 입금 확인이 안 된 것이 맞다. 오늘 비행기 타야 하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발생하니 당황스럽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담당자 말은 두바이에서 통관 서류가 늦게 왔고, 알제리 독립 기념일과 이슬람 신년 휴무가 겹쳐서 세관이 업무를 안했다고 한다. 그래서, 통관 진행이 지연되면서 알제리 로컬 은행에서의 대금 송금이 늦어져서 아직 두바이 은행에서 확인이 안된다고 한다. 그러면, 문제를 공유해서 해결 방법을 찾아야지 다들 내 일이 아닌 것이다. 이건 누군가 챙기겠지라는 주인의식의 부재에서 나온 일이다. 젠장 출장 가야 하는데 ...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8월 생산을 위한 대금 입금 상황을 챙기고, 두바이 사무실에서는 담당 K 주재원이 내용 파악을 못하고 있어서 사무실에 있는 담당 인력들에게 일일히 불러서 확인 중이다. 모두들 본인 관점에서 일하다 보니 협업이 안되고 본인들 말만 한다. 해결되는 않는 문제와 잘 안 굴러가는 회사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공항에서 비행기 타기 전에 마지막으로 확인 한 것은 해결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 중이었다. 


본사 S부장님이 연락이 와서 두바이 사무실에서 최종 대금 입금에 대해서 확인을 못 하겠다고 하며, 본인도 대금 입금이 확인이 안 되면 공장에 생산을 걸어 줄 수 없다고 한다. 이런 된장! 진작에 일어나야 할 일이 갑자기 모로코 가야 하는 이 시간이 일어 나는지 참으로 답답하다.


그래도 생산에 대한 권한은 본사 S부장님께서 가지고 있다. 현재 업체와 대금 관계를 확인 중이니, 절대 생산을 짜르면 안된다고 읍소를 했다. 이번에 생산이 짤리면 언제 물건이 생산되어서 알제리로 올런지 아무도 모른다. 일단 5월 대금 입금이 지연된 것은 사실이고, 내가 사전에 인지를 못한 것은 잘못이기는 하다. 


내가 더 세심하게 못 챙긴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 왔다. 지점장도 출장을 가야 하는데, 왜 이렇게까지 안 챙겼냐고 타박을 준다. 본인도 못 챙겼는데, 내가 갑자기 어떻게 챙길 수 있는가. 그러나,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서 현지 친구들과 방법을 찾아 보았다. 


본사 S부장님은 정말 프로세스 대로 일하는 FM의 사나이다. 내가 아무리 읍소를 하고 부탁을 해도 잘 들어 주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주재원 파견 전에 S부장님을 만나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에게 더 매몰차게 하는 것일수도 있다. 나는 굴러 온 돌이라서 박힌 돌에게는 정말 약하다. 


나도 S부장님과 같은 삶을 살고 싶다. 아내는 알제리로 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2년간의 노예 계약에 이미 사인을 한 것이다."

"그러니, 어떤 상황에서도 흥분하거나 나에게 불리한 행동을 하지 말아라." 

"그래야 우리의 미래가 보장되는 그런 삶을 살수 있다."


지금 파리행 비행기 안에서 이 글을 남기고 있다. 250명 정도 타는 에어프랑스 A320인데, 손님이 거의  없다. 내 옆 자리와 앞 자리는 아무도 없다. 지점장은 8A애 나는 8F에 앉았다. 아침 7시 반에 사무실에서 만나서 같이 공항으로 왔는데, 만나자마자 짜증 난 목소리와 얼굴로 나에게 퍼 붓기 시작한다. 


내가 그동안 밀착 관리를 했기에 지점장의 짜증에 과감하게 대응을 하고, 나도 짜증나니 그만하자고 했다.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하다. 같은 이야기를 무한 반복하면서 짜증 내는 것은 나와 지점장에게 안 좋다. 시간 지나면 다 해결되는 것인데, 그리고, 우리가 회사 생활하는데, 큰 영향도 없다.


알제 공항에 도착하고, 지점장에게는 이제 그만하자고 이야기했다. 나에게도 숨쉬면서 챙길 시간을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나도 전화해서 챙겨봐야 하는 게 아닌지, 그래서 기회를 주고 내용 파악을 한 뒤에 이야기해도 되는 건 아닌지? 등등 나도 화가 정말 많이 났다. 그러나, 힘없는 먹이사슬의 끝단인 나는 이렇게 천천히 지점장이 가라 앉기를 기다려야 했다.


아침을 먹고 나왔는데도 왜 배고픈 느낌이 드는 것일까? 이런 느낌은 도대체 왜 생기는 것인지? 아침부터 에너지 낭비가 심해서 그래서 몸에서 뭔가를 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듯하다. 그래야 너도 살고 너의 머리도 회전이 되어서 험한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누군가 이야기하는 듯하다. 


어제도 12시가 넘어서 잤더니 엄청 피곤하다. 그러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사무실 가야 한다는 생각에 5시 반에 일어나서 침대에서 뒹굴하다가 일어났다. 운동하고 머리 감고 콘프레이크에 말아먹고 바로 집을 나왔다. 참으로 시간이 빨리 간다. 

 

파리에 도착하면 1시간 50분 환승 시간이 걸린다.  환승 후에 글을 추가적으로 더 쓸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비행기에서는 이 정도만 쓰자.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썼다.


"모로코 가는 비행기 안에서"


파리에서 환승한 비행기에서는 옆 자리와 앞자리에 아이들과 엄마가 탔는데, 엄마의 인내심이 정말 대단하다. 옆자리 엄마는 프랑스어를 원어민으로 하는 것을 보니 프랑스 사람인 듯하고, 모로코에 여행을 가는 것아니면 아마도 집이 모로코 일 수도 있다. 아이도 프랑스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한다.


문득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 옆 자리 엄마처럼 나도 아이들을 잘 대해 줬을까? 아니었다. 내가 잘 참지 못하고 아내에게 다 넘겼던 것 같다. 결국은 아내가 아빠 역할도 같이 하고 나를 많이 원망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내가 너무 육아를 안 했고 아이들은 엄마 손에 컸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지 못하고, 아이들과 놀아 준 기억이 많지 않다. 나의 젊은 날은 회사와 함께 했고, 회사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 되기 위해 너무 치열하게 살았다. 나와 가족이 아닌 회사와 나만 있었고, 가족의 희생은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후회가 된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살지 않을 것이다.


아내와도 2000년 7월 24일에 정식으로 사귀자고 말해 놓고는 나는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 나이 들어 보니, 내가 못한 것이 너무 많았고, 그런 부분을 이제 와서 후회가 된다. 나에게 과거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은 없지만,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힘은 있다. 그래서, 아내가 하자는 것은 왠만하면 크게 토를 달지 않고 따라가려고 노력 중이다. 


물론 이것도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노력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내는 나와 생각이 다르다. 아직도 멀었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아직도 자기중심적으로 살고 있단다. 그래 맞는 이야기 일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을 우선적으로 하고 남는 시간에 아내가 부탁하는 일을 한다. 굳이 그렇게 안 해도 되는데. 나이가 들다 보니 그런 부분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아내를 위해서 헌신적으로 바뀌어 보자. 아내가 말하길 내가 바뀐 것은 남이 알아야 한다고 한다. 나는 항상 내가 바뀌었다고 내가 이야기 한단다. 그래 맞는 이야기다. 내가 바뀐 것은 내가 안다. 하지만, 남이 인정해 주지 않으면 그건 바뀐 것이 아니다. 바뀌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노력하면 된다. 


몽튼에 초기 정착할 때 아내가 나에게 고마워했다. 내가 드디어 바뀐 것 같다고. 그러나, 나는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정말 아내의 일에 나의 대부분을 갈아 넣었다. 그래도, 내가 아내가 기대하는 사람으로 바뀌는 것은 아직도 쉽지 않은 일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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