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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90 - "여행 두번째"

알제이야기

"무질서 속에 질서"


비행기가 지연되어서 탑승 수속이 급하게 이루어지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지 않고 몰려들기 시작한다. 탑승 게이트에는 비지니스석과 일반석을 나누어져 탑승권을 검사 하는데, 사람들이 비지니스석 데스크 앞으로 몰리더니 줄을 서지 않았음에도 순차적으로 들어간다. 이런 무질서 속에 나름 질서가 있고, 또한 양보가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나이드신 어른이나 아이가 있는 탑승객에는 모두가 양보를 한다.


서로가 일단 몰려 들때는 나도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은 되었지만, 금방 적응이 되어서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지키는 사람이 되었다. 한국은 왠만하면 한 줄을 서고 새치기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용서가 없는 문화인데, 여기는 모든 것이 다 허용된다. 이유를 이야기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양보를 해 준다. 나도 처음에는 이런 문화에 적응이 안되었는데, 지금은 어떤 상황이든 경쟁 안하고 대부분 양보해 준다. 이제는 기분도 나쁘지 않고, 그냥 무념 무상이 되었다.

2개 x 4개 x 2개 좌석 구조
"오늘도 리추얼"


최근에 정혜윤 작가의 책을 열독하고 있다. 일단 "퇴사는 여행", "독립은 여행"을 읽었고, 그 다음으로 "오늘도 리추얼 : 음악, 나에게 선물하는 시간"을 읽고 있다. 이 분은 여행과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덕후인 것 같다. 책에는 각 챕터마다 글 읽을 때 들으면 좋은 음악이 추천되어 있다. 아이패드로 읽으면 바로 하이퍼링크가 유투브로 연결되어서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을 수 있다. 나름 좋은 경험이라 생각도 되고, 작가가 독자들을 위한 소소한 서비스다. 입체적으로 책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는 여행을 할 때 항상 창가 자리를 선호한다도 한다. 나와는 취향이 완전 반대이다. 필자는 복도 자리를 완전 선호한다. 장거리 여행을 많이 하다 보니, 언제라도 눈치 안 보고 움직일 수 있는 자리는 역시나 복도 자리이다. 긴 여행에서 조금이라도 편한 좌석을 선택하는게 좀 더 우선순위가 있다.


작가가 창가 자리를 선호하는 이유는 야간 비행할 때 창밖으로 무수한 별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별은 장말 장관일 것이다. 예전에 인도 "레"에 놀러 갔을 때, 밤 하늘의 별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하늘과 가까운 동네라서 별이 쏟아져 내리는 줄 알았다. 그 때 기분은 아마 평생 가져 가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알제와 이스탄불 구간은 창가 자리를 선택을 했다. 25A는 누가 봐도 창가 자리가 맞다. 저녁 6시쯤 이륙한 비행기는 점점 밤의 시간대로 들어가면서 해가 지고 노을이 보이면서 어두워졌다.


어두컴컴 해 질때까지 창 밖만 계속 쳐다 보았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계속 촬영도 했다. 그러나, 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런가 보니, 비행기 안이 너무 밝아서 밖의 빛이 창문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창 문에 머리를 대고, 손을 눈 주변으로 모아서 어두 컴컴하게 만들어서 봤는데, 희미한 수많은 별들이 보인다. 비행기 안이 더 어두웠다면 필시 다 보였을 별들이다. 그래서, 예전에 인도에서 본 별들을 상상하면서 바라 봤다.

이제 별이 보일라나?
"연결편 지연"


이스탄불에 도착해서 연결편을 타기 위해서 비행기에서 내리자 마자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다. 알제에서 오는 비행기는 항상 연결편 짐검사하는 곳에서 제일 먼 곳에서 내려 준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걸어 가는데만 20분정도 소요되었다. 그것도 빠른 걸음으로 말이다.


일단 연결편 짐검사 후에 연결편 시간을 봤는데, 2시 비행기가 6시로 지연이 되어 있어서 잠시 내 눈을 의심했다. 아니 이렇게 지연이 될 수 있나? 그러면 오늘은 이스탄불 공항에서 밤새라는 것인데, 체력도 저질인데 어떻게 이 많은 시간을 보내지 고민을 했다.


먼저 지연된 것이 맞는지 확인이 필요했고, 4시간을 보낼 라운지가 필요했다. 현재 내 표는 이코노미 제일 싼 표라서 라운지에 들어갈 수가 없다고 생각이 들어서 다른 대안으로 "Priority Pass"가 되는 라운지를 찾아 볼 생각이었다. 그래서, 먼저 터키항공 라운지에 가서 비행기 지연을 확인할 생각으로 올라 갔다. 비행기는 지연된 것이 맞단다. 그리고, 내가 아시아나 골드인데 혹시 라운지를 쓸 수 있는지 물어 봤는데, 쓸 수 있단다. 이런 운수 좋은 날이 있나. 비행기가 지연되어서 방황했던 마음이 라운지가 된다는 말에 뭐 먹을까로 바뀌었다. 나는 단순하다.


새벽 시간에 잠을 잘까 아니면 버틸까를 고민하다가 잠은 비행기에서 자기로 하고, 그동안 밀렸던 글을 쓰고, 늦은 저녁을 먹기로 했다. 샐러드와 빵하나를 먹고 커피 한잔을 들고 글을 쓸 수 있는 비즈니스 존으로 왔다. 음식이 있는 곳에서는 거리가 멀어서 인지, 여기는 사람이 크게 붐비지 않는다.


샐러드 먹으면서 글감을 고민했고, 이런 저런 아이디어가 떠 올랐다. 오늘은 이 정도면 충분히 4시간 동안 글을 쓸 수 있겠다 생각을 했고, 집중해서 글을 쓰고 있는데, 아내에게 카톡 전화가 왔다. 아내와의 전화 통화가 1시간 반이 넘게 이루어졌다. 평소에는 잘 몰랐던 아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을 쉴틈없이 쏟아내는데, 내 머리에 과부하가 걸렸다. 그리고, 아내가 스트레스 받는 것을 나에게 푸는데 정말 오늘은 그 장단을 맞추기가 너무 어려웠다.


1시간 반 동안의 통화이나 중요한 몇개만 머리에 남아 있고 나머지는 기억이 잘 안난다. 아내가 설겆이 하면서 통화를 하는데, 물소리와 그릇 소리가 계속 귀에 거슬렸지만 아내의 현재 상태를 고려하여 듣기에만 집중을 했다. 블루투스 이어폰이 정말 주변소리를 너무 깨끗하게 다 전달해 줬다. 이렇게 성능이 좋았나?

4시간 지연이라니

11시반에 도착을 했고, 2시 비행기였으나 지연되어서 6시 비행기가 되었고, 지금은 이스탄불 터키항공 라운지에서 글을 쓰고 있다. 지금 시간은 4시 35분이다. 5시간을 라운지에서 글 쓰며, 아내와 통화하며 지루하기 않게 잘 보내고 있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도 되나 아쉽기만 하다.


한국에 도착하면 저녁 5시반 이어서 친구들과 8시반에 강남역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도착시간이 밤 10시로 바뀌면서 집에 가면 12시가 넘을 것 같다. 군대가는 아이들과 맥주한잔 하고 자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저녁 약속은 아이들이 대신 가서 인사드리고 먹고 오는 것으로 부탁을 했다.

이제 슬슬 게이트를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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