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2년 11월 1일자로 알제리로 발령을 받았으나, 기존 업무 인수인계 하느라 떠날 준비가 안되었는데, 비행기를 타야 할 날이 되었다. 아내는 비행기 타러 가야 하는데, 아직도 짐을 안 싸고 있다며, 이번 주 내내 나에게 툴툴거렸다. 나도 마음 한 구석에 걱정이 되었으나, 여러가지 핑계로 인한 게으름으로 도저히 짐을 쌀 수가 없었다. 안 좋은 습관이다.
짐 싸는 것이 너무 귀찮다. 무게도 맞춰야 하고, 가방의 모양도 만들어야 하고, 갯수도 맞춰야 하고, 특히 가져가야할 짐의 우선 순위를 못 정했다. 아내가 주방용품, 건강식품 중심으로 인터넷에서 구매를 했고, 나에게 다 가져 갈 것을 요구했으나, 그녀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소소한 다툼이 있었다.
나는 전자제품 위주로 리스트를 만들었고, 전자제품은 늘 그렇듯 무게가 많이 나간다. 쓸만한 기계들은 왜 이렇게 무게가 많이 나가는지 들고 가기도 힘들지만, 알제리에 가서 잘 사용할지도 의문이다. 나의 욕심이 이동 중에 화를 부를 듯 불길한 예감이 든다.
터키항공이 1회에 한해서 골프채 무료 행사를 진행 중이다. 23Kg 이내로 골프채와 골프 가방을 실을 수 있다. 물류비용이 증가한 요즘 상황에서 추가되는 무게에 대한 비용이 높다. 터키항공은 1Kg 추가 될 때마다 24유로를 내라고 한다. 10Kg면 240유로이다. 적어도 30만원 돈이 나간다. 이론적으로 골프채 무게가 20Kg 가 나왔으나, 60만원의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다행히 이번은 무료라고 한다. 다음에 가져 올때는 돈을 내야한다.
주재를 갈때와 주재 끝나고 나올때 비용 절감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터키항공은 비즈니스의 경우 50키로의 무게까지만 무상 제공을 한다. 갯수는 상관이 없으며, 무게만 맞으면 된다. 그래서, 이민가방 1개, 큰 캐리어 1개로 50키로를 맞췄고, 골프채 1개는 18키로 그리고 기내 반입용 가방은 8키로 2개 및 노트북 가방 1개는 무료라고 한다. 여기에 양복 가방은 덤으로 챙겨 보았다. 도저히 무게를 맞출 수가 없어서 분산을 하게 되었다.
알제리에 가져 갈 짐들
"공항에서"
비행기는 00시 15분이고, 아내와 함께 오후 5시13분 공항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퇴근시간과 겹쳐서 버스는 정시보다 늦게 왔고, 버스에는 아내와 나만 있었다. 집에서 서수원터미널까지 거의 1시간이 소요되었고, 인천공항은 7시가 넘어서 도착하겠구나 생각을 했다. 역시나 기사님께서 과속(?) 운전을 하셨으나 길이 너무 막혀서 결국 7시 20분 경에 인천공항 1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기사님은 쉬는 시간없이 다시 수원으로 손님들을 모시고 가야 하는 부담이 있을 듯 하다. 총 3명이 탑승하고 인천공항까지 무사하게 왔다. 아내는 25번 게이트 근처에서 김치를 살 수 있다고 문 닫는 시간인 9시반 전에 들어 가야 한다고 이번 주 내내 챙기고 있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바로 체크인 카운터로 갔다. 스타얼라이언스라서 E 카운터에서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해서 갔는데, 아직 아무도 없다. 밤 12시 비행기를 저녁 7시부터 열지는 않을거라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아내와 저녁을 먹기로 하고 4층에 푸드코트에 갔다. 오늘은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저녁을 먹고 있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빠져 나간 자리에서 저녁으로 아내는 동태탕 정식을 먹고, 나는 해물콩나물국을 먹었다. 정말 여유있게 이런 저런 이야기 하며 먹었고, 저녁 먹고 나오면서 가족들과 순차적으로 화상통화를 했고, 그 과정에 시간을 많이 써서 체크인 할 시간과 아내가 수원으로 돌아가는 버스시간과 겹쳤다.
여기에서 문제의 김치가 나온다. 아내에게 1시간 뒤로 버스 시간을 바꾸라고했고, 아내는 버스를 인터넷으로 바꿨다. 여기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나, 터키항공 비즈니스 카운터에서 무게로 실랑이가 붙으면서 아내와 소소한 다툼이 발생했고, 서로 헤어지기 전에 마음에 상처 주는 말들을 했다. 이런 것을 파국이라고 하나, 마음이 답답했다. 앞으로 6개월 뒤에나 볼 수 있는데 아름답게 마무리를 못하다니, 정말 나 답다.
나는 이 모든 것을 김치 문제라고 이야기 했다. 9시반까지 들어가는 무리수가 결국은 이 파국을 만들 장본인이라고 했으나, 아내는 내가 문제라고 한다. 항상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그 태도를 고치라고 한다. 내가 놓치는 것이 있구나 생각을 하게 되었고, 아시아나 라운지에서 곰곰히 복기해 보니, 나의 잘못이 맞다. 그게 아내에게 상처를 주었고, 전화로 사과를 하고 아내는 받아 주었다. 하지만, 아직 앙금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라서 나름 반성과 노력의 시간이 필요하다. 버스 지연부터 저녁식사 그리고 체크인 시간까지 짧은 시간이었으나, 결국은 많은 일들이 일어 났다. 오늘 하루도 정말 다이나믹 했었고, 그 피로의 누적이 이런 사단을 만들었다.
파국을 불러 온 김치
새벽 4시에 일어나서 7시까지 3시간 동안 짐을 다 정리했다. 안될 것 같은 일에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한 느낌이다. 아침 7시에 아내를 깨워서 집 앞을 산책하고 스타벅스에 가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나눠 마시면서 오늘의 할 일을 정리했다. 눈썹 문신 리터치를 하고, 수원 부모님 댁에 가서 점심을 먹고, 서비스센터에 가서 노트북 수리를 하고, 동사무소에 가서 주소지 이전을 하고 시간이 남으면 머리를 깍기로 했다. 역시나 시간은 남지 않았고, 체력은 방전이 되어서 더 이상 무엇인가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계획대로 4시경에 모든 일이 마무리 되었고, 이민 가방을 끌고 온 가족이 오후 4시반에 집에서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아내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공항에서 힘들다고 나온 무심한 말들이 아내에게 비수가 되었다. 너무 미안했다.
지금은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서 터키 이스탄불 공항에 있다. 아내에게 전화해서 어제의 일들에 대한 사과했다. 아내의 쿨한 한마디 "아프지나 마셔~". 아내가 고마웠다. 7시간의 트랜짓 대기 시간이 끝나가고, 알제리 가는 비행기 시간을 확인하고 이동할려고 한다. 알제리까지는 3시간반이 소요된다. 가면 새로운 사람들과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프로다. 잘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