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0시간씩 자는 나. 가끔 9시간만 자면 삶에 여유가 찾아왔다고 착각한다. 의도치 않게 그런 날이 찾아오고,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간만에 찾아온 여유로운 아침. 어제저녁, 동네 언니들과 독서 모임하며 나눴던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필사했다. 참고로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원문 제목이 더 와닿는다. <Man's search for meaning>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에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 이라지만, 지금 당장 애들 아침상 차리고 정신없이 출근 준비하며 오늘 아침만큼은 절대 아이를 보채지 말아야지 다짐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삶일진대.... 그런 지금의 삶이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고민도 하기 전에 "엄마 배고파~" 어김없이 먹성 좋은 아들이 말했다.
바쁘다고, 시간이 없다고 힘들어하는 대신, 예측하지 못했던 짜투리 시간이 허락되면 그걸 또 감사히 여긴다. 단순해서 참 다행이야.
지난 저녁, 잠순이인 내가 잠이 오지 않아 애들을 재우고 <슬픔의 방문>을 읽었다. 필사를 하다가 내안의 이야기가 쏟아져 결국 일기를 쓰고 말았던 건 TMI. 흩어졌던 기억들이 알알이 모여드는 시간을 사랑하게 된 건 아마 그날부터였지 않을까 생각된다.
장일호 작가님은 슬픔이 지나간 삶의 자리들을 담담하게 나눠 주셨다. 아무도 몰라야 하는 미천한 삶의 이야기를 내어 주셨기에,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나의 미천한 마음을 기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점심시간에 혼밥 하다가 감상에 젖어 일기장에 써야 할 글들을 주절주절 끄적여 본다. 이 시간이 끝나면 다시 정신 차리고 일을 해야 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