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것을 처음 느꼈다.
아침 잠에서 깨어나 창가로 걸어갔을 때였다. 창문 밖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하얀 커튼이 보였다. 그 순간 내 안에 무언가가 열렸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아픔과 기쁨이 동시에 찾아온 것 같았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그 감정.
그것은 신이 내린 선물이자 형벌이다.
나는 그 감정을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나는 조금 더 가벼웠을지도 모른다. 세상을 덜 아프게 바라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감정을 알게 된 후로, 나는 더 깊이 바라보게 되었다. 더 멀리 보게 되었다.
밤새 책상 앞에 앉아 단 한 줄도 써내지 못하는 날들.
그것은 형벌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오는 그 빛나는 순간들.
글자가 물결처럼 흘러나와 종이를 적시는 그 때.
그것은 선물이었다.
내가 그 감정을 모르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면, 나는 거절할 것이다. 그 형벌 같은 시간들을 다시 겪어야 한다 해도, 나는 지금의 나를 선택할 것이다. 글을 쓰며 느끼는 그 고통과 환희를 모두 품은 채로.
우리는 모두 그렇게 살아간다. 그 감각을 처음 느꼈을 때, 우리는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아무도 그 감각을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저 어느 날 갑자기, 그것은 우리 안에 자리 잡았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가 그 감정을 알기 전의 삶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할까. 그 고통스러운 기쁨을 다시 찾아 나설까.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우리가 왜 글을 쓰는지,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그것이 호흡과도 같은 것임을 안다.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그 감정을 알게 된 이상, 우리는 평생 그것과 함께할 수밖에 없다.
신의 선물.
신의 형벌.
우리는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우리의 선택이기 때문에.
그 감정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정말로 그것을 알고 싶은가?
알게 된다면, 당신은 더 이상 예전의 당신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그것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아마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형벌처럼 느껴지는 순간에도.
우리는 그렇게 글을 쓴다.
마치 숨을 쉬듯이.
마치 사랑하듯이.
마치 살아가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