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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 May 15. 2024

시들어가는 꽃

인생은?

'활짝 예쁘게 피운 모습을 며칠밖에 못 본 것 같은데...'


걷던 길에서 시들어 가는 꽃을 보았다. 그 꽃은 잠시나마 아름답게 피었지만, 그 모습을 오래 볼 수 없었다. 이 광경은 우리의 삶과 닮았다. 우리도 태어나 성장하고 결국은 사라지는 과정을 거친다. 삶의 짧고 강렬한 순간들은 때때로 우리의 존재 이유와 시간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하지만 일상의 무게가 우리를 짓누르고, 삶의 불확실성이 우리를 괴롭힐 때, 그 아름다움은 흐릿해진다. 우울증은 바로 이러한 감정의 극단이다. 마치 꽃이 시들어가듯, 우리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점차 힘을 잃어가는 느낌이랄까. 우울증에 빠진 나 같은 사람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삶의 색깔이 바래고 모든 것이 의미를 잃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울증은 단순히 '슬픔'이나 '나태'가 아닌, 정신 건강 문제이다. 그것은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여러 요인들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우울증을 개인의 '실패'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대단히 잘못된 인식이다.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발병할 수 있으며, 본인의 잘못이 절대 아니다.


내 우울증의 시작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사 동료였던 그 사람의 한 마디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씨발새끼야!"


그 사람은 같은 업무를 8년째 그 자리에서 계속해오던 사람이었다. 내가 업무 파악 속도가 느리다면서 매번 폭언을 일삼았다. 좋은 소리도 아닌, 인격모독에 가까운 말들.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머리와 몸이 따로 분리된 것처럼 컨트롤이 안 됐다. 퇴근하는 길에 차를 벽에 들이박고 죽어버릴까란 생각도 해봤다. 처음이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


난생처음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선생님이 엄연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면서 인사팀에게 알리고 도움을 받으라고 조언해 주셨다. 눈물이 났다. 


'내가 그렇게 숨 쉴 가치도 없는 인간인가? 욕을 먹을 만큼?'


주기적으로 병원을 다니며 상담을 받고, 약을 먹으니 조금씩 괜찮아져 갔다.

마치 시들어가는 꽃이 다시 봄을 맞이하듯이, 우리도 적절한 지원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시들어가는 꽃을 보며 슬퍼할 수 있지만, 그것을 보며 삶의 아름다움과 연약함을 깨닫고 서로를 돕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사회적 지원을 확대하며,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 그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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