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불협화음

소설 연재

by 엄태용

'하루치 지옥 같은 회사의 시간이 끝났다.'


한걸음 한걸음. 지구의 모든 중력이 그를 향한 듯. 발걸음이 무겁다. 그와 동시에, 팀원 한석도 같은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탑승한다.


문이 닫힌다. 밀폐된 공간은 이내 조용해진다. 한석의 눈빛은 이미 불편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한다. 무거운 긴장감이 공기 중에 응축된다. 한석의 얼굴이 점점 굳어진다. 그의 눈은 현수를 향해 날카롭게 빛난다. 숨 막히는 침묵. 한석의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너 때문에 오늘 회의에서 우리 팀 전체가 망신당했어. 자료정리 하나도 제대로 못하나? 이번 프로젝트에서 그게 얼마나 중요한 자료인데. 그걸 그렇게 엉망으로 만들 수 있지? 진짜, 이 씨발새끼. 머리로 어떻게 회사 들어왔냐!"


한석의 목소리는 점점 더 악랄해진다. 현수는 그 말에 깊은 충격을 받는다. 얼굴을 제대로 처다볼 수도 없다. 내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는 경멸에 가득 찬 눈빛. 현수의 가슴은 먹먹해진다.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이런 말을 듣다니... 내가 정말 그렇게 나쁜 사람인가? 나도 열심히 했는데... 왜 항상 나만 이렇게 대우받는 걸까?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걸까? 나는 왜 이 말에 이토록 큰 상처를 받는 거지?'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가 점점 차가워진다. 현수는 숨이 막힐 것만같다. 한석의 말은 그의 귀에 메아리친다.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린다. 자존감이 무너져내린다. 현수는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다. 고립된 느낌. 녹음을 해야겠다는 생각조차할 겨를이 없었다. 송곳 같은 절벽에서 발 한쪽만 겨우 걸친 느낌. 위태롭다.


마음 같아서는 반박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럽다.


엘리베이터가 멈춘다. 한석은 화를 내뱉은 채 먼저 나간다. 현수는 몇 초 동안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다. 겨우 힘을 내어 엘리베이터에서 나온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신이 겪은 굴욕을 되새긴다.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려 애쓴다.


'왜 나는 항상 이렇게 취약한가... 이 말이 계속 내 마음속을 파고든다. 내가 정말 이 일을 계속해야 할까? 나는 더 이상 이런 모욕을 견딜 힘이 없어.'


그날 밤, 현수는 집에 돌아와 급히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방 안의 고요함이 그의 마음의 소란과 대조를 이룬다. 떨리는 손으로 약병을 꺼내 든다. 수면제를 목에 넘긴다. 침대 옆에 몸을 기댄다. 오늘 겪은 일을 글로 옮기기 시작한다.


"오늘 한석에게 들은 말은 나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그의 말 한마디가 이렇게나 나를 깊이 상처 입힐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이 고통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 내 마음속에는 화가 치밀어 오르고, 슬픔이 깊어만 간다. 하지만 나는 이 글을 통해 내 감정을 다루고, 누군가 내 이야기를 읽고 공감해 준다면, 이 모든 아픔이 조금은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동안, 현수의 마음은 조금씩 진정된다. 그의 글은 자신만의 치유 과정이 된다. 점차 내면의 목소리는 안정을 찾는다. 글쓰기를 마친 후, 현수는 자신이 겪은 일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려 노력한다.


"나는 이제 내 감정을 숨기지 않을 것이다. 나의 아픔, 나의 슬픔, 그리고 나의 분노까지 모두 이 글에 담아내겠다. 이것이 나의 치유이고, 내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도 자신의 아픔을 마주할 용기를 얻길 바란다."


현수는 이제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고, 그의 이야기가 언젠가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현수는 자신의 우울증을 기록한 글을 에세이 책으로 출간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날 밤, 현수는 글쓰기를 마치고, 약의 효과로 서서히 잠이 든다.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고 힘들지만, 자신이 쓴 글이 미래에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하며, 어둠 속에서 조용히 잠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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