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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징 Mar 28. 2022

매일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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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전 어느 봄날, 엄마가 커튼을 빨던 날이었다. 커튼 핀을 하나하나 뽑으며, 나는 이걸 세탁하고 나면 이 핀을 다시 꼽아야 할 텐데 귀찮다 귀찮다 마음속으로 되뇌고 있었다.

  "엄마, 어차피 또 더러워질 텐데 안 빨면 안 돼?"

  "그럼 어차피 배고파질 걸 점심은 왜 먹었냐? 게을러서 굶어 죽을 애 같으니라고."

  "배 고픈 건 참을 수 없지만 더러운 건 참을 수 있다고!"

엄마는 나를 한심하게 보며 혀를 찼다. 내가 더럽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화는 아니고 내가 게으르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거다.


    나는 게으르다. 그런데 하고 싶은 것은 또 많다. 나는 게으른 나를 알기에 스스로의 등을 떠밀어야 함도 안다. 그래서 일단 저질러본다. 저지르면 수습해야 하니까... 그래서  오늘부터는 '매일 쓰기로 했다'라고 글을 써본다.


  작년, 마음이 너무 답답했던 날이었다. 코로나로 나의 리본아트 수업은 중단됐고, 내가 다니던 자수 수업과 필라테스도 그만둔 지 오래였다. 아이들은 학교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었고 학습의 공백은 엄마의 몫이었다. 코로나 시국에 이사 온 덕에 아는 이는 없고 종일 집에 있는데, 아이들만 돌봐도 하루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무언가 하지 않는다면 엄마가 아닌 나는 쪼그라들어버릴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지금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그날 바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은 꽤 재미있었다. 하루, 이틀, 사흘... 틈틈이 글을 썼다. 그러나 어느 날 나는 글을 쓰지 않고 있었다. 나는 내 게으름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머릿속에는 글감이 떠도는 날도 있었지만 정작 글로 옮기려니... 귀찮았다. 말 안 듣는 초등학생 아이들과 힘겨루기를 하고 난 날에는 생각조차 귀찮았다. 내일 써야지. 내일 써야지. 그 내일이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되었다.

 

  그래서 난. 오늘부터는 매일 쓰기로 했다. 무슨 내용이든 일단 써보기로 했다. '오늘 말고 내일'이 아니라 무조건 '오늘' 쓰기로 했다. 더 이상 스스로에게 핑계될 수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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