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by 이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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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말이 모나 있다는 사실을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자주 느끼곤 합니다. 제가 농담처럼 던진 말에 당황하는 상대를 볼 때면 참 미안합니다. 그 뒤로도 제 마음이 이따금 놀랍니다. 그리곤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스스로에게 되묻는 시간을 갖게 되지요. 되묻는 것 자체는 성찰로 살아내는 것이라 꼭 필요하겠다만, 종종 그것이 과한 경우들도 많습니다. 그런 날들에는 사람들의 시선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빛에서 갖은 의미들을 유추하는 탐정이 됩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사람들의 마음을 제 멋대로 해석하는 못된 사람인 것 같기도 합니다. 왜 저는 이리 못된 사람이 된 것일까요? 누군가에게 무게를 지우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그 답을 알 듯도 합니다. 그것은 스스로가 스스로의 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돌이켜 보면 저는 참 못난 삶을 살아왔습니다. 학창 시절, 성적에만 매달려 사람들을 도외시하면서 살아왔지요. 특히 대학에서는 더욱 가관입니다. 장학금을 받는 것도 중요했지만, 너무 돈, 돈, 돈 하며 지낸 듯합니다. 청년으로 맑은 기운을 한번 풍기지 못했습니다. 저는 일찍 늙어버린 사람이었습니다. 청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못한 것이 많습니다. 사람들과 연대하고, 토론하고, 놀고, 일하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것. 치열하게 사회와 다투어 보는 것. 그것은 이런 일들을 함에 있어 늙고 젊고는 중요치 않겠습니다만, 그 활동들이 일찍이 이루어졌다면 지금 제가 이렇듯 외로운 심정을 갖고 있진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 제게는 그런 연대가 남아있지 않습니다. 저는 그런 소중한 가지가 접붙일 시간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겐 여린 가지들 몇 개가 듬성듬성 겨울을 버티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더욱 타인의 말이 시리게 느껴집니다. 우리 학교의 한 선생님은 튼튼한 연대로 살아가고 계시는 듯했습니다. 그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 속에 녹은 사소한 것들에도 타인이 녹아있었습니다. 제겐 그런 타인의 삶이 말에 담겨있지 않았지요.

그런 슬픔을 직시할 시간을 지금껏 갖지 못했습니다. 가질 여유를 사회에서는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말입니다. 그 지루한 외로움이 있었기에 제 욕구를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역사 속에서 살아갑니다. 제 삶은 외로운 역사로 가득합니다. 그 역사를 이제 다시금 새로 쓸 시간이 찾아온 듯합니다. 직시한 순간부터 자리한 희망이 저를 설레게 합니다.

저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연대는 언제 시작하더라도 싹을 틔우고 누구보다 예쁘게 자라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사랑은 언제 시작하더라도 싱그러운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오늘 저는 외로움 속에서 희망을 꿈꿉니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에서는 과거가 현재를 구속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정언적인 명령을 합니다. 희망도 연습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현재를 연습하며 희망으로 나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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