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주년을 맞아 칠갑산 천문대에 갔다. 이 천문대에 처음으로 갔던 것은 1년 전 선생님들과 함께였다. 연수 프로그램으로 1박 2일 간 친목도모를 위해 갔던 곳이었는데, 그땐 별이 보이지 않았다. 여행이 반쪽짜리 같았는데, 반쪽짜리 여행은 반쪽을 찾아 돌아오게 만드는 걸까. 다음에는 기필코 별을 보리라며 다짐했더니, 그 바람대로 나는 다시 칠갑산 천문대를 찾았다.
1주년이 되기 약 한 달 전에 애인에게는 이야기를 했었다.
"우리 1주년에 별 보러 갈까?"
애인은 좋다고 했다. 별 볼 일 없는 삶이라지만 별 볼 일 없는 건 아니다. 애인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렇게 계획을 세운 것이 한 달 전의 일이었다.
약속한 시간은 싱겁게 찾아왔다. 스미듯이, 기척 없이. 저녁 날씨를 확인했다. 구름. 한 달 전부터 계획한 것이라, 별을 못 보더라도 가보자고 우리는 마음을 모았다. 별을 보러 계획한 것이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반쪽짜리는 다음을 부르니까 말이다.
천문대를 올라가려면 주차장에서 10분 정도를 더 걸어야 했다. 그렇게 춥지 않아 다행이라고, 주차장에 차가 왜 이렇게 없느냐고 천문대에 우리만 있는 거 아니냐고.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줄까 하면서.
나무들의 우듬지는 구름 낀 하늘로 뻗어있고, 자갈이 깔린 비포장길을 따라 듬성듬성 심긴 가로등의 도움으로 천문대에 도착했다. 그곳엔 연인 한 쌍이 먼저 와 있었다. 천문대에 있는 두 쌍의 연인. 비어있는 공간의 크기만큼이나 우리의 존재가 커지는 것 같았다.
천문대 관측실은 보조 관측실과 주관측실 두 개로 되어있었다. 우리는 관측실로 들어가 안내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다. 오늘 날씨가 구름이 껴서 잘 안 보일 것 같다고.
'아무렴요. 괜찮아요.' 문이 열리고, 바람이 불었다. 바람을 따라 구름도 떠가는 것이 보였다. 예상과 달리 구름 사이로 별들도 조금씩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안내 선생님은 구름이 걷히기 전에 얼른 망원경을 틀어서 별이 보이는 쪽으로 돌렸다.
"여기는 은하수가 있는 자리고요. 이게 직녀성입니다." 직녀성은 흰색 레이저를 벽에 쏜 것처럼 보였다. 그저 밝은 빛이었다.
"직녀성은 몇 약 20광년 거리에 있어요. 그러니까 우주를 본다는 건 과거를 본다는 말이죠."
그러니까 나에게 오는 빛은청춘이겠다. 별이 어쩌면 없어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별의 생사는 내게 닿기 훨씬 전부터 이미 정해진 것들이다. 필연은 우연의 탈을 쓰고 오는 듯. 우연스럽게 본 별빛은 이미 몇 광년 전부터 예견된 것들이다.
예견된 것들과 내가 만들어갈 것들 사이에 나는 늘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내가 형을 만나지 않았다면, 너를 만났을까?"
애인을 만나기까지의 인연들도 헤아려 본다. 충청도에 오라는 형의 권유가 없었다면, 형을 교육봉사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내가 대학을 경상도에서 다니지 않았다면, 내가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너무나도 많은 우연들이 겹치고 겹쳐서 애인을 만나게 되었다. 겹치고 겹쳐보니 그 무수함 속에서 아득해진다.
애인을 바라본다. 훗날 몇 년 전의 내 마음을 확인하고 꺼내는 순간들이 올까. 아득히 먼 순간에 출발했던 별빛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