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라는 것은 참 신기하다.
만남이라는 게 있었다고 해서 모두 인연이라 하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만나지긴 했지만 그냥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나에게는 당신이 참 좋은 인연이 될 것도 같았는데 어째서인지 당신에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더 일찍 만났어도 그때는 어떠한 이유 때문인지 관계가 이어지지 않다가 한참 지나고 나서야 이루어지기도 하는 걸 보면, 인연이라는 말을 아무에게나 붙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인연이라는 건 그때의 상황과 장소와 공기와 시간 등 모든 것들이 마치 우리만을 위한 것인 듯 우리를 중심으로 흐른다. 그 안에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실에 꿰인 것처럼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다.
더 일찍 만났더라면 서로에게 귀 기울이지 못했을 것이다.
더 늦게 만났더라면 그대의 이야기가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너에게도 나에게도, 딱 좋은 시절에 우리가 만났다. 그렇게 마음을 나누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마침내 서로에게 소중한 인연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물이 흐르고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어느새 우리도 흩어져 점점 희미해져 간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만났으니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데 한때는 그게 힘들어 혼자 꼭 쥐어 보려고 발버둥 치던 적도 있었다.
추억에 연연해 우리의 얘기를 이대로 끝맺기가 아쉬워서 급한 대로 새 실을 꺼내다 꿰어보려고 안간힘을 써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억지로 엮은 그 실은 결국 끊어지고야 만다는 것을,
흩어질 인연은 아무리 잡으려 애를 써도 끝끝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그게 여전히 서운하고 아쉽고 아깝지만 누구를 탓할 마음은 없다.
그저 드는 생각에,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건 아니었을지, 우리의 끝이.
나를 중심으로 색색의 실로 엮어진 인연들을 찬찬히 떠올려본다.
지금 나의 시절을 함께 해주고 있는 고마운 사람들,
언젠가 한 시절이 끝나면 우리가 만들어 가는 이 이야기도 마지막 장을 덮는 날이 오기도 하겠지...
까마득한 그날이 벌써부터 아쉽기도 하지만 정해진 우리의 인연이 거기까지 라면 또 보내줄 수밖에.
그저 지난 나의 인연들도, 점점 멀어져 가고 있을지도 모를 지금의 인연들도 모두 행복하기만을 바랄 뿐.
변해가겠지만 변하고야 말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마침표를 찍은 우리의 이야기는 내가 곱게 포장해서 책장 안에 가지런히 꽂아 둘 테니 어느 때고 생각나거든 가벼운 발걸음으로 한 번쯤 들러주기를. 안녕......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