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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한복이 Dec 24. 2022

아주 사적인 시선


사진을 좋아하는 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몰래 자주 찍는다.


누군가는 표정도 없는 뒤통수를 왜 그리 찍어대냐고 하기도 했지만 나에게는 그 사람의 뒤통수에도 표정이 있다. 물론 눈, 코, 입이 활짝 웃고 있는 앞모습이 예쁘긴 하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보여주는 그 웃음보다 마음으로 읽히는 뒷모습이 나는 그렇게 좋더라.


뒷모습이 유독 예쁜 사람, 유독 따뜻한 사람, 유독 아련한 사람, 유독 당당한 사람, 유독 피곤한 사람, 그리고 유독 안아주고 싶어 지는 사람.

유독 뒷모습에 나는 반하고 만다.


카메라가 아닌 다른 곳에 머무는 시선, 스스로가 절대 볼 수 없는 자신의 걸음과 발자국, 애써 꾸미지 않은 예쁜 그 모습을 뒤따라 걸으며 몰래 사진을 찍어 보여주면, 자신의 모습이면서도 낯설기도 한 사진 속 뒷모습에 다들 한참이나 눈을 떼지 못한다. 나 역시 누군가가 뒤에서 나의 모습을 가만히 담았을 생각을 하면 표정이 보이지 않는 그 사진에 마음이 간다.


앞모습에 비해 비교적 누구나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듯하지만 그럼에도 뒷모습은 모두 다 다르기도 하다. 어쩌면 가장 꾸밈없고 자연스러운 모습이지 않을까.


감추고 싶고 들키고 싶지 않은 건 내 뒤에 있는 듯하다. 그래서 누군가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옆에 다가가 어깨를 감싸주고 싶어 진다.

언젠가 술에 취해 터덜터덜 자전거를 끌고 가시던 그분의 외로운 뒷모습이 그랬고, 목청이 보일랑 말랑 한바탕 크게 웃으시던 그 사람의 얼굴 너머 작은 어깨가 그랬고, 꼿꼿하게 서있었지만 사실은 보일 듯 말 듯 떨리던 그 아이의 곧은 등이 그랬다. 뒷모습은 언제나 진실되고 진심에 닿아있다. 그것이 내가 뒷모습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살면서 무수히 많이 봐온 다른 이의 뒷모습.

나를 믿고 나에게 보여주는 뒷모습을 그들을 대신해 실컷 봐주고 싶다.

내 뒤에도 있을, 내가 보지 못하는 생각 많은 나의 등을 나 대신 봐주는 사람들,

내 뒷모습만 보고도 반갑게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고맙다. 내 등을 토닥여주는 그 손길이 든든하고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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