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누구에게든 쉽게 정을 주지 않는다. 아니 사실은 그와 정반대다. 다만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니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살아가는 동안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나는 그런 만남들을 가치 있게 여기는 편이다. 이렇게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특별한 우리가 만나 함께 이야기를 만들고, 나의 시간을 누군가를 위해 할애한다는 것은 그저 그렇게 스쳐 지나가고 말 사이는 아닐 테니까. 그러한 이유로 나는 서로에게 닿아 이어지게 된 인연을 귀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모두가 내 마음과 같지는 않다.
우리가 함께 만든 이야기가 제법 되고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기꺼이 나에게 내어주었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 사람에게 귀한 존재가 아니었다.
단순한 즐거움을 위해 혹은 어떤 목적을 위해, 단순히 도움을 받고자 또는 자신의 넓은 인간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이도 저도 아니라면 나와의 관계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었거나.
어쨌든 이런저런 다양한 이유로 내 사람이다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는 일이 적지 않았다. 상대의 문제라기보다 내 마음대로 너무 많은 것을 줘버린 나의 탓임을 잘 안다. 하지만 그런 경험들은 그렇지 않아도 낯가림에 사람 사귀는 게 쉽지 않은 나를 인간관계에 있어 더욱 소극적이고 망설이게 만들었다.
서로에 대해 알게 되면서 서서히 가까워진다면 좋을 텐데 아직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렵다. 아니 예전보다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내가 너무 생각이 많은 건지는 몰라도 나이를 먹을수록 더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새로운 인연을 만나면 늘 긴장을 하고 있는 걸 느낀다. 그리고 은연중에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는 어지간히 거리를 두려고 했나 보다. 나의 첫인상이 차갑다는 말을 마흔이 코앞인 시점에서야 처음으로 들어보았다. 내 사람이라고 믿었고 많이 좋아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거나 호구가 되는 일 따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던 그 마음이 나도 모르게 철벽을 치도록 만들었나 보다.
언제부턴가 사람을 만나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런다고 해서 한 길 사람 속을 단번에 알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었지만 어릴 때처럼 몇 마디 말로 쉽게 가까워지는 것은 왠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서도 나의 본모습을 숨기고 살짝 뒤로 빠져 있었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을 만나도 내 나름의 거리와 시간을 유지하느라 더 가까워지지 못하고 멀어져 버리기도 했다. 아쉽고 속상한 일이었지만 인연이 아닌가 보다 생각했고 쿨한 척 보내줬다.
적극적으로 먼저 다가오는 사람을 만나면 그 속도에 정신을 못 차리고 나도 모르게 티 나게 뒤로 물러서며 벽을 세웠다.
좋은 사람만 골라서 만나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다.
마음을 준 사람에게 상처를 받는 것,
그리고 그 사람에게서 내가 몰랐던 낯선 얼굴을 보게 되는 것이 두려웠다. 때로는 그런 자신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생겨먹은 걸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새로운 만남과 관계는 또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