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이거밖에 없지...
하원을 하자마자 가방을 뒤지던 사과가 결국 원하는 걸 못 찾은 건지 아예 가방을 뒤집어 털었다.
가방 안에 있던 스티커, 머리고무줄, 색종이 조각들까지 와르르 쏟아졌다.
| 왜? 뭐 찾는데?
| 아니 그게 아니라, 심쿵이랑 나눠 먹으려고 비타민을 모아놨는데 5개밖에 없어서... 5개면 똑같이 못 나누잖아.
생각해보니 어제 어린이집에서 말이야, 선생님 심부름하고 한 개 더 받았는데 그걸 안 꺼냈나 하고...
야, 이심쿵! 너 언니 비타민 먹었지?
| 아니야~ 나는 잘 뜯지도 못해. 그래서 못 먹어.
| 그럼 어디 갔지? 6개 모았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안 먹었어?
이번엔 진짜 자기가 한 짓이 아닌 건지 심쿵이가 나를 보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 원래 5개 있었고, 그때 선생님한테 3개 받았고, 그럼 8개에다가, 친구가 4개 줘서 내가 바로 2개 먹고,
3개 들고 가서 친구들이랑 나눠먹고, 심쿵이랑 나랑... 아니, 다시 다시.. 5개에 3개에 어쩌고 저쩌고.....
| 그럼 5개 남는 게 맞는 거 같은데?
| 맞아? 그럼 진짜 심쿵이가 안 먹었네? 미안, 히히.
그럼 우리 두 개씩 먹자~
동생에게 두 개를 고르라고 한 뒤 껍질을 하나 까서 입에 넣으며 말했다.
| 근데 엄마는 어떻게 알아?
좋겠다. 손으로 안세도 알 수 있어서...
나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면 알겠는데 말이야, 손으로 안세면 아직 조금 헷갈리기도 해.
엄마는 어떻게 아는 거야? 나도 나중에 어른되면 알 수 있게 되는 거지?
| 당연하지. 어른이 되기도 전에 알 수 있게 돼.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반짝반짝하는 두 눈은 나를 정말로 부러워하고 있다.
귀엽기도 하고 어쩐지 처연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 너에게 어려운 것들은 갈수록 쉬워질 거야.
곧 그런 날이 올 거야.
그리고 말이야.
쉬웠던 일들은 이상하게 갈수록 어려워지더라.
엄마가 살아보니 그렇네. 그래서 세상을 살아가는 게 만만하지가 않은 건가 봐.
그렇다고 걱정은 하지 마. 누구에게나 그렇거든. 공평하지.
너희 앞에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게 무엇이든 항상 엄마가 함께 있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
기쁠 때 함께 웃어주고, 힘들 때 품에 꼭 안아주고 싶다.
그 일을 겪고 넘어져보는 것,
아파하는 것,
털고 일어나는 것까지 모두 너희들의 몫이겠지만
그런 너희들을 지켜보는 것은 엄마의 몫이니까.
좋은 일이 아닐 때에도 기꺼이 엄마의 몫을 해내고 싶다. 옆에 있고 싶다.
엄마의 힘이 다 빠지고 없더라도 너의 옆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 충분히 힘을 줄 수 있을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