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콤맘 Mar 02. 2016

우리들은 선생님의.
이것이 궁금하다.

초삼. 아이들과의 첫만남은 이랬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3월 2일은

아무래도 설명절의 민족대이동 만큼에 버금가는 이동량을 자랑하리라 생각합니다.

갓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도, 새내기에게 막내자리를 내준 헌내기도, 학점따기가 어려워 자칫 '사망'에 이를만큼 힘들다는 삼학년도, 취업전선을 눈앞에 둔 사학년도. 어디 대학생뿐입니까. 전국 각지에 있는 고등학생들도. 한창 사춘기병에 걸린 중학생들도. 또 초등학생들도. 하물며 햇병아리같은 귀여운 유치원생들도. 거기에 어린이집에 가는 꼬꼬맹이 아기들까지.


모두 '등교', 내지는 '등원'을 하는 첫날이니까요.


저도 오늘 그 대열에 합류하여 등교를 했습니다.

제게는 출근의 의미가 담긴 등교였긴했습니다만.


저는 올한해 초삼아이들(초3)과 한 교실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올해가 된것이 여러모로 의미깊습니다.

저학년에서 중학년으로.

단자리숫자였던 나이가 두 자리 숫자의 나이로.

진입하는, 10살의 초삼이니까요.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며. 초삼이 된것을 축하했습니다.

아이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듯하다가 이내 다시 내려앉습니다.

아마 긴장이 되나봅니다. 새로운 선생님 앞이라  조금 데면데면하긴 할거예요.


선생님에 대해 궁금한 점이 없느냐 물었습니다.

딱 다섯개의 질문만을 허용하겠다고 했어요.

순간 아이들의 눈동자가 하늘한쪽으로 생끗 올라갑니다.

뭔가를 생각하는 아이들의 눈빛은 참 귀엽습니다.


아무 질문이나 해도 되요?
진짜요?


손을 들 아이들이 왠지 다섯이 안 될것같은 분위기를 깨고 누군가 말했습니다.


응.그럼그럼. 선생님이 많이 난처할 질문이 아니라면?

그런데 다섯 개의 질문만 받을거니까. 아무래도 신중히 생각하고 질문하는게 좋겠지?


라고 했는데,


저요!



그 아이가 무슨 내용의 질문을 할지 참 궁금해졌죠.



선생님은 무서운 사람인가요?



오오오! 맞아! 그게 궁금했어! 거참. 질문 한 번 잘 했네! 싶은 아이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의 눈이 제게로 모아집니다.


음. 그게 진짜로 궁금하니?  그랬구나.

선생님은 선생님이  무서운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않아.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서운 사람으로 기억되고싶진않아. 그런데 다른 사람이 선생님을 어떻게 생각하고있는지를 모르겠네?


저요!

저요!


한 명이  물꼬를 트자, 여기저기서 질문이 쇄도합니다.

무섭지않은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심이 되었을까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아이들에게 무서운 사람으로 기억되기는 정말 싫거든요.



어느덧 4교시가 훌쩍 지났습니다.

교과서 한 장의 진도도 나가지 않았는데도, 달랑 손에 쥔 건 연필 한 자루 뿐이었는데도, 4교시가 지났습니다. 얼마나 금방이었는지 저는 배부해야 할 가정통신문도 잊고서 아이들을 하교시켰답니다.


아.

아이들이 한 질문들. 혹시 궁금하실까요?

뭐 이런 것들이예요.



선생님. 축구공 있어요?

  (선생님 개인소유의 축구공이 있으면. 축구할 일이 많다는 뜻이므로  남자아이들이 궁금한 질문)



선생님. 몇 살이예요?

  (너희보다 많고. 백살보단  어려. 라고 대답하면, 아이들끼리 대토론이 벌어짐. 60? 39? 18? 참 다양도 함.)



선생님. 숙제많아요?

  (그 중에서도 일기와 독서록을 일주일에 몇번 쓰는지가 그렇게도 궁금함.)



선생님. 어디살아요?

  (어디 거주하는지는 호구조사의 기본이다.)





(여기에 덧붙여)


엄마

오늘. 3월 2일을.

이렇게 보냈는데.

7살. 그리고 18개월딸은.

엄마없이 얼마나 헛헛한 하루였을지...

오늘 엄마의 출근길에

일 년치 눈물을 한꺼번에 쏟아낸

너희들의 그 마음을 차마 가늠할수도 없고.

가늠하기엔 내 마음이 도리어지듯 너무 아픈.

그런 날이 바로.

새 학기.  첫 날.이었네요.


이렇게 워킹맘이 되었습니다. :D



초등교사. 김수현.

닉네임. 달콤맘.

맘스홀릭 엄마칼럼니스트로 활동 중.

블로그. [달콤맘의 달콤한 육아, 달콤한 교육] 운영 중.

http://blog.naver.com/ggoryggory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교실'의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