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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I Apr 16. 2018

어떤 사람


그 사람은 며칠째 미열이 난다. 눈꺼풀이 무겁다. 눈꺼풀은 어쩔 수 없이 감겨 있다가 다시 떠진 걸 수도 있다. 눈을 뜬 순간에 가장 먼저 떠오른 사실이다. 매일 밤은 삭제되고 오늘은 편집된다. 무의식적으로 커튼을 연다. 머리가 뜨뜻했다가 차갑길 반복한다. 오늘도 그는 여러 개다. 좋은 사람, 애써 가식적인 사람, 눈물이 날 것 같은 사람, 혼자 있고 싶은 사람, 다 때려치우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사람, 다시 처음처럼 해보겠다는 사람. 어떤 얼굴이 더 많이 드러났을지 모른다. 그대로 드러나는 법은 없다. 마음이 밀어내고 싶은 방향은 검열된다. 검열하는 마음은 왜인지 민낯을 보이기를 주저한다. 어디에 애쓰는지도 모르고 애쓰는 마음이 낯설다. 무엇도 궁구하지 않던 때를 기억하고 싶지만 애초에 그런 적도 없던 것 같다. 그는 최초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무딘 밤을 도마에 올려 자르고 쪼갠다. 아무리 생각해도 뭉툭해지지 않는 시간에 낮에는 여러 개였던 사람이 초췌해진 몸을 누인다. 지상의 무덤이 그 순간에 있다. 밤의 경계를 포갠 낮은 어깨가 숨을 고른다. 짐승이 되는 시간. 짐승의 새근거림을 흉내 내다보면 첫 아침이 열리는 꿈을 꿀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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