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NI Apr 01. 2019

오늘의 쪽지(2)



 #1


그림으로 항암 일기를 쓰는 사람의 sns를 보게 되었다. 한 게시물당 다섯 컷에서 열 컷 정도로 압축한 일기 형식으로 위암 선고를 받은 후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 중인 현재까지 연재되고 있다. 손가락으로 넘기기만 하면 누군가의 인생을 훔쳐볼 수 있다는 것에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면서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거의 다 읽어버렸다. 누군가의 딸이면서 아내이고, 어머니인 저 사람이 느낄 하루의 가치는 어떨까 생각했다.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다. 분명한 건 아픈 사람에게 간절한 일상을 나는 평범하고 당연하게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건강한 몸으로 잘 먹을 수 있고 마음껏 다닐 수 있는 자유를 가진 것만으로도 감사한 삶인 걸 의식하지 못하는 거다. 내용과 달리 밝고 담백한 그림을 물끄러미 보면서 그분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림책 작가이기도 한 그분은 병중인데도 꾸준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단다. 일상의 몫에 병을 모두 내어주지 않고 꼿꼿이 자신의 할 일을 해내는 사람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는 순간을 네 컷의 만화에 담으며 마지막에 ‘오늘도 살아있네!’라고 기뻐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언젠가 한 포럼에서 ‘모두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소설가의 말을 들으면서 위로받았는데 나도 누군가의 무사와 안녕을 바라고 있었다. 타인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연결된 개인을 잇는 끈이 되었으면.




#2


’you can be anything’

‘오늘’


책상에 앉으면 보이는 종이에 적은 말이다. 지난해 쓸모를 다한 일일 달력이 버리기 아까워서 뒷장을 메모용으로 쓰자고 두었다. ‘you can be anything’은 어디선가 듣고는 기억하고 싶어서 급하게 적었고, 뒤에 따라붙은 ‘오늘’은 갑자기 생각난 말이다. 벽에 대고 적느라 글씨는 삐뚤빼뚤했다. 글자를 들여다보니 마음에 있던 말이 무심코 형태를 띤 것 같았다. 바람을 적은 말이 자주 마음을 견인해 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비우기보다 돌보는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