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은 기간제 베스트 프렌드
연애가 끝난 후 가장 당황스러운 건, 주말에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주말이면 늘 연인을 만나는 게 당연했던 탓에,
갑작스런 일정 공백은 몇 번의 이별을 겪은 경험이 있더라도 여전히 적응하기 힘든 것 같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겨라, 네가 하고 싶었던 것을 찾아봐.
뻔한 이별의 조언들을 양분삼아 시도를 해봐도
당장의 공허함은 어떤 걸로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마치 깨진 유리병에 물을 붓는 것처럼, 무엇을 해도 허전함이 새어 나온다.
나름 혼자서도 잘 살 줄 아는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홀로 남겨진 이 순간, 습관처럼 영화관 연석을 끊어버리는 바보가 되어버렸다.
누군가를 잃는 느낌.
사실은 각자 본래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 뿐인데,
너무 많은 의미부여를 한 것이 아닌지 나 자신을 달래본다.
그와 가려고 저장해둔 핫플들을 하나씩 지워가며,
추억이 담긴 간지러운 문구의 편지들과 선물들을 정리하며,
조용히 바래본다.
먼 훗날 방청소를 하다 툭하고 우연히 그와의 흔적을 발견하더라도,
슬픔의 눈물보단 좋은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 지을 수 있기를.
그리고 언젠가는,
이 주말의 여백도, 매일 아침마다 울리던 그의 메세지가 더 이상 오지 않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익숙해지는 그런 날이 오기를.
<애인은 기간제 베프>는 밀리의 서재 [밀리로드]에서 연재중입니다.
인스타그램: @choidal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