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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헤어졌다고 느끼는 순간

by 최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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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헤어졌다고 느끼는 순간


괜찮은 척, 모든 게 완벽한 척,

이별에 초연한 척을 했다.


괜찮은 척 하면 정말 괜찮아 질 것 같아서.


조용한 성격인데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나간 술자리에서

밝은 텐션을 보여주려 애썼다.


나답지 않게 과도하게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모든 기력을 소진한 채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우연히 발견한 그의 이름.


그의 이름은 너무 흔해서 모든 입간판, 심지어 뉴스 속 단어에서 조차

그를 만나기 아주 쉬웠다.


그럴때마다 무너지는 나의 마음.


잘 참아왔지만, 언제나 돌아오는 건

그 찰나의 순간, 쿵 하고 무너져버리는 내 마음이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우연한 소개팅 자리에 전 연인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나왔을 때,

진료를 보러 간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의 명찰을 확인했을 때,


더이상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덤덤해지는 그 순간들이 이 사람과 진짜로 이별 했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를 떠나보내는 것도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잊으려 노력하는 시간도 그를 아직 사랑하기에.


무뎌지기 위해 보낸 이 시간조차

그를 사랑했었기에 견뎌온 온전한 시간들이었음을.


내 맘 속 그림자가 사라진 순간,

혹시나 하는 맘에 핸드폰 번호 목록에 그의 이름을 찾았지만 당연히 나오지 않는 그의 번호.


“이제야 진짜 너와 헤어진 거 같아. 잘 지내!“

내 맘 속, 그에게 짧은 메세지를 보냈다.


그가 이 메세지를 잘 받았을까?


아니 잘 받았으니,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거라 믿는다.


마치 나처럼.


<애인은 기간제 베프>는 밀리의 서재 [밀리로드]에서 연재중입니다.



인스타그램: @choidal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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