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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by 최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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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가 더 많이 사랑하냐고 묻는다면,
헤어질 때 상대의 뒷모습을 더 오래 바라보는 사람이지 않을까.


멀어져가는 모습을 눈으로 붙잡고 마음으로 놓지 못하는 사람.
애틋함은 언제나 조용한 곳에 남는다.


관계의 끝도 언제나 뒷모습에서 시작된다.
헤어짐을 말하고 뒤를 돌아봤을 때, 금세 사라져버린 그의 그림자.

각자의 방향으로 천천히 멀어지는 우리의 모습을 머릿 속에 그리며

이제는 끝났다는 걸 어렴풋이 실감하기도 했다.


그래서 뒷모습은 이별의 시작이자,

사랑이 오래 머무는 자리이기도 하는 모순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한때는 그랬다.


인사를 하고 맘 속으로 숫자를 세다 무심코 고개를 돌렸을 때,
멀찍이서 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사람이,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 모습 하나로 마음이 따뜻해졌고

나는 사랑받고 있다고 자연스레 느꼈다.


사랑은 꼭 눈을 마주보며 나누는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진짜 사랑은, 상대의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을 오래 지켜보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함께했던 시간의 온기를 조용히 간직한 채, 그 여운을 끝까지 놓지 않는 사람.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애틋한 마음을 조용히 품는 사람.


그래서 사랑은 상대의 뒷모습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방에 불이 켜진 걸 확인하고,

마음 놓으며 발걸음을 떼는 순간에 더 깊어지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애인은 기간제 베프>는 밀리의 서재 [밀리로드]에서 연재중입니다.



인스타그램: @choidal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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