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너와의 비효율을 즐기는 것
'반반연애', '반반결혼', '엑셀이혼'이 자주 들리는 요즘이다.
경제적, 감정적으로 딱 반씩 나눠 가진다는 건 어쩌면 이 시대의 사랑이
효율을 추구한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이란 감정을 1mm의 오차 없이 나눌 수 있을까.
손해 보지 않겠다는 마음 아래, 과연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 마음은 '사랑'보단 '거래'에 더 가까운 건 아닐지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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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고민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우연히 들른 서점의 작은 코너에서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사랑은 너와의 비효율을 즐기는 것.”
이보다 더 사랑의 본질을 표현한 말이 있을까.
사랑만큼 비효율적인 감정도 드물다.
단 몇 분이라도 얼굴 보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비행기에 몸을 맡기는 일,
그 사람의 곁에 있기 위해 중요한 일정을 미루는 일.
결국 사랑은 논리가 아닌 감정의 언어로 쓰여진다.
남들이 보면 한심하다 할지도 모르는 그런 행동들이
사실은 오직 '사랑'이라는 감정에서만 출발할 수 있는 일들이다.
감기에 심하게 걸렸어도 그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어 열심히 화장했던 어느 날,
그가 보고 싶어 지방 출장을 몰래 따라가 놀래켜 줬던 그날,
다음 날 출근인데도 전화를 끊기 싫어 밤을 꼬박 새웠던 날까지.
그렇게 만들어진 비효율적인 장면들이 우리에게 쉽게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되었다.
그런 기억들이 쌓이고 엉켜 사랑이란 주제의 노래가 되고 영화가 되고 책이 되어,
우리는 지금도 수많은 예술작품 속에서 그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요즘 나에게 '사랑해'란 말보다 더 로맨틱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 이 말일 것이다.
"너와 함께 비효율을 즐기고 싶어”
그리고
"너와 낭비한 시간들이 제일 좋아"
<애인은 기간제 베프>는 밀리의 서재 [밀리로드]에서 연재중입니다.
인스타그램: @choidal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