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사랑이란
내 방 책장을 들여다보면,
제각각의 이유로 꽂힌 책들이 눈에 띈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 샀지만 초반 몇 장만 넘기다 덮어버린 책,
다들 좋다기에 따라 샀지만 생각보다 감흥 없던 책,
그리고 내 상황에 꼭 맞아 끝까지 읽고 난 뒤, 한동안 여운을 남긴 책.
내 사랑의 추억들도 그렇다.
순번도 없고 질서도 없이, 그런 책들처럼 내 마음 어딘가에 꽂혀 있다.
더는 책을 사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자꾸 서점에 들르게 되는 마음처럼,
이미 충분히 복잡한 마음 한켠에서 또다시 무언가를 찾고 있다.
아마도 나는 여전히
꽉 찬 감동을, 그 한 권을, 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기간제’라는 걸 알면서도
이 순간의 사랑을 원하고, 갈망하고,
그 원초적인 감정 하나로 또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것.
사랑이란 감정이 불안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물쇠에 이름을 새기고 다리 위에 걸어두고,
‘결혼’이라는 제도로 평생을 함께하자고도 말한다.
우리는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너무도 잘 안다.
그래서 더 알고 싶고, 더 함께 있고 싶고,
사랑이 사라질까 두려워 소중하게 붙들고 싶은 순간들.
아마도 영원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덧없고 불확실한 시간 속에
조금 더 진심을 얹게 만들고, 지금 이 순간을 더 깊이 사랑하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애인은 기간제 베스트 프렌드지만,
그 사실이 우리를 덜 사랑하게 만들진 않았다.
사랑이 유효했던 날들은 분명히 있었으며, 그래서 충분했다.
언젠가 사랑이란 이름의 계약이 끝나더라도,
우리가 함께 웃고 사랑하고 마음을 내어줬던 그 계절만큼은,
분명히 내 마음 한편에 오래 남을 것이다.
‘그때 우리는 사랑을 했고,
그때의 너와 나는 참 사랑스러웠다’고.
<애인은 기간제 베프>는 밀리의 서재 [밀리로드]에서 연재중입니다.
인스타그램: @choidal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