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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다 Mar 14. 2016

한없이 약한 당신

지극히 사적인 고백

매일같이 막걸리에 취해서는..

사업 실패 후 재기못한 무능한 인간..

소파에 누워 밤낮으로 허무맹랑한 소설책만 읽는 한심한 남자..


나는 아버지의 부재를 형편없는 수식어로 위안해왔다.

'그래 그런 아버지는 없는게 나아..

잘됐다. 자알 되었다!!'


아버지를 닮았다는 말이 싫었다.

발끈하며 대들기도 했다.


약해보였다.

남자가 꼴사납게 여려빠져서는

멋이라곤 하나 없어보였다.


오랜만에 뵌 아버지의 옛 친구분.

"느이 아버지는 어려운 사람한테 인정이 많았다"

육십이 넘은 주름진 남자의 눈이 벌겋게 젖어들었다.


다른 이의 기억 속 아버지는 그랬다.


약자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강자에게는 쥐뿔도 없는 주제에 큰소리치는

의리있고 정의로운 남자.


그런 남자가 내 아버지였단다.


아버지가 내게 보였던 눈물의

의미가 조금은 또렷해진다.


쥐뿔도 없는 주제에 큰소리치는 딸이라..

당신은 내게 한없이 약한 존재였다.


아버지,

아버지 계신 곳은 어떤가요.


나비처럼 보드라운 사람들과 어울리며

한없이 약한 당신만으로도 괜찮은 곳이길..

그래도 행복한 곳이길..


나는 바랍니다.






달다(@iamdalda) •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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