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 누구 하나의 불행이 너무 깊어버리면
어떤 행복도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없는 법이다.
- '모순' 양귀자 -
아빠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었지만, 동시에 가장 힘들게 한 존재였다.
아빠는 늘 버둥거리는 사람이었다. 책임감은 컸지만, 소득은 따라주지 못했다.
강원도 산골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축복받지 못한 여섯 번째 자식.
할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억척스러운 할머니 아래에서 자란 아빠는 엄마와 결혼해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열심히만 하면 성공할 줄 알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사업은 번번이 실패했고, 나이가 들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줄어들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처럼 코인에 손을 대고 많은 돈을 잃었다. 그 돈은 지방에 기러기 생활을 하던 아빠의 유일한 보금자리였던 전세금을 뺀 돈이었다.
가족 중 누군가 행복하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언니와 내가 안정적인 삶에 접어들어 우리의 행복의 씨앗이 열매를 맺을 즈음이었다.
우리의 행복은 아빠에게 전염되지 않았고 함께 누리지 못했다. 아빠는 우리에게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고 싶었던 걸까?
불행은 전염이 쉬웠다. 아빠의 선택은 결국 우리 가족을 더 깊은 불행으로 이끌었고, 아빠는 숨어버렸다.
내가 스무 살이 되던 해, 우리 가족은 각자의 삶을 책임지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내 나이 마흔이 다 되어가는 지금, 아빠의 미래는 알 수 없어졌다.
언니와 나는 여전히 버거운 삶을 살고 있는데, 엄마와 아빠까지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걸까?
어릴 적 드라마를 보면 저녁마다 가족들이 모여 깔깔거리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내가 꿈꾸던, 가난하지만 사랑으로 가득 찬 보통의 가족. 우리는 그렇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평범한 삶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주저앉을 수 없다. 이제 각자의 삶 속에서 새로운 가족이 생겼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빠가 그렇게 살아왔듯이.
출근길에 라디오에서 들려온 노래가 마음에 남았다. 아빠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 '나는 반딧불' 황가람 -
아빠는 자신을 별이라 생각했지만, 벌레라는 걸 깨닫고 좌절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숨어버린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아빠를 사랑한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아빠가 우리를 위해 살았듯, 이제 나는 내 아이를 위해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