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고인물·노산

러프하지만 정확했던 내 인생 계획

by 달달혬

나는 인생에 러프하지만, 정확한 계획이 있었다.

남들이 보기엔 웃겼을지 몰라도 나에게는 진심이었다.

1. 하우스푸어가 되더라도 집을 산다!

2. 육아휴직과 워라밸이 보장된 회사로 이직해 오래 다닌다.

3. 하고 싶은 걸 다 해보고, 인생이 지루해졌을 즈음 아이를 낳는다.

단, 딱 하나. 여자아이로.

이걸 줄여 하우스푸어, 고인물, 노산 이렇게 축약했다.

이게 내가 30대에 끝내고 싶었던 전부였다.

화려하진 않지만, 현실적이면서도 쉽지 않은 목표.

그런 내 계획을 처음 들은 사람들은 웃었다.

“하우스푸어가 목표야?”

“인생에 목표가 저게 뭐야?”

그래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비웃음 속에서도, 나는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알고 있었다.

아이를 낳아도 우울하지 않을 만큼 많이 놀았고, 열심히 커리어를 쌓았고, 내 인생에 후회 없는 시간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계획을 전부 이뤘다.


대출은 여전히 많고 지금 다니는 회사는 딱히 발전이 없다.

하지만 업무 강도는 낮고, 육아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는 삶이다.

나는 지금 그 어떤 순간보다 내 인생에 만족하고, 행복하다.

그리고 이제 그때 나를 비웃던 사람들은 말한다.

“너 진짜 대단하다.” “서울에 한강뷰집을 사다니 성공한 인생이네.” “부럽다, 진심으로.”

아직도 나는 그들이 말하는 성공의 기준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세운 계획대로 살아왔다는 사실, 그거면 충분하다.


그리고 최근, 우리는 새 차를 샀다.

11년 된 쉐보레 크루즈를 100만 원에 팔고, BMW를 샀다.

그 낡은 차를 탈 때도 단 한 번도 부끄럽지 않았다.

나는 나의 목표를 분명히 알고 있었고, 그 길을 향해 가고 있었으니까.

누군가는 기념일마다 명품을 사고, 귀금속을 사고, 겉을 채웠겠지만

우리는 열심히 가계부를 쓰면서 차곡차곡 통장을 채웠다.


사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땐 실망이 컸다.

작고 구린 국산차, 선루프조차 없는 그 차를 타고 온 남편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건 좀 아닌데…?’

그땐 아직, 내 인생의 계획이 없던 시절이었다.

한창 인기 많던 때라 외제차만 타고 다녔다. (내 차도 아닌 주제에)

우리는 한 달을 만나다 헤어졌고, 1년 뒤 다시 만났을 때 나는 이미 그 3가지 목표를 세운 상태였다.

그리고 다시 만난 남편의 허세 없는 검소함은 그 어떤 외제차보다 더 근사해 보였다. 난 남편과 결혼해서 경기도에서 버스를 타고 샤넬백을 들고 다닐 바에야, 서울에 살면서 에코백을 들고 다니고 싶어 졌다.


화려해 보이는 것들이 당장 눈앞에선 매력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 곱씹어 보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

지금의 나는, 그 질문을 오래 고민했고 내가 정한 답대로 살아왔을 뿐이다.

그렇게 우리 부부와 아이는 살아간다. 우리가 정한 답대로. 여전히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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