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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온기 Jun 04. 2021

플레이깅하는딸,쓰줍하는엄마

딸은 엄마의 거울입니다

조깅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으로, 스웨덴에서 시작돼 북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플로깅은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국립국어원은 2019년 11월 ‘플로깅’을 대체할 우리말로 ‘쓰담 달리기’를 선정한 바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플로깅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플로깅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각 나라. 그리고 한국, 그 안에서 단체 및 개개인들의 sns에서 또 방송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여러 가지 행동 중 한 가지예요.

저 역시 이런 것들을 통해 알게 되었고, 지구의 작은 점으로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들 중 하나라고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대단한 각오로 환경을 위한 선구자가 되기 위해 시작하는 그런 포부는 아니었어요 이미 많은 분들이 하고 있었던 것이고 전 아주 늦은 시작이었죠 



쓰레기를 버릴 줄만 알았습니다.

쓰레기가 되기 전 모습을 기억하지 못하고, 그저 쓰레기라서 버리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곳이 길거리든 쓰레기통이든 그냥 떨어뜨리고 넣기만 하면, 내 손에서 떠난 것들이기에  나와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 생각하며 살던 시간이었습니다. 그것들이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사라지는지 또 나에게 혹은 나의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되돌아오는지 관심 없었어요. 슬프지만 그게 저였습니다.

공익방송이나 공공기관에 붙어 있는 올바른 분리수거에 대한 안내장은 제겐 그냥 종이일 뿐이지 내가 사는 삶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치부했었습니다. 편리하고는 싶고, 귀찮기는 싫은 사람의 마음에 잘 쓰고, 잘 먹고 난 뒤에는 내게 쓸모없는 것이니 아무렇게나 분리수거장에 던져 버렸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지내는 동안 내가 버린 것들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위험한 기후위기를 안겨주었죠 기후위기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불과 몇 달 전까지의 제 모습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1박 2일 부안 특집 때 했던 멤버들의 플로깅 이것 역시 선한 영향력이죠





둘째는 집 앞 천변에 있는 놀이터에서 친구와 노는 것을 좋아해요. 하교 후 나가서 놀기 시작하면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서야 열심히 논 흔적을 엄마에게 보여주듯 상기된 목소리로 "다녀왔습니다 엄마" 라며 현관문으로 들어와요. 아이들은 뛰어노는 만큼 커지는 거라 생각해서 시간만 허락한다면 나가서 놀 수 있게 허락해줍니다. 그런 딸이 어느 날 집에 부스럭 거리는 봉지를 들고 주방에 서 있는 제게 달려와 가장 힘 있는 목소리로 


엄마! 친구랑 쓰레기 주었어요!


잠시 어리둥절했어요. 나 없이 초등학교 2학년 9살 아이가 친구랑 둘이 쓰레기를 주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어리둥절은 잠시였고, 놀랍고, 기특하고 세상에 있는 온갖 단어를 가져와 칭찬해줘도 모자를 정도로 아이가 자랑스러웠어요. 저랑 함께 쓰레기를 주으러 다닌 적은 있지만, 아이가 스스로 주도해서 행동하는 것은 처음이었거든요 심지어 본인이 친구에게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아이의 그 찬란한 생각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저의 감정은 벅차올랐어요. 예전의 저라면 , 더러운 쓰레기를 주워 온 아이에게 면박이나 주는 엄마였을텐데 아이도 엄마가 분명 칭찬을 해줄 거라는 걸 알고 있듯이, 쓰레기 줍기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는 목소리에는 으쓱거리는 어깨와 스스로의 뿌듯함이 가득 채워져서 제게 들리고 있었어요 


친구랑 쓰레기 줍는데 어떤 큰 언니들이 떡볶이를 먹은 컵을 막 여기저기 버렸어요 진짜 나쁜 행동인데 그래서 친구랑 그거 줍고 또 놀이터 근처에 있는 쓰레기도 주었어요


그래도 엄마인지라 걱정되는 부분은 아이에게 조심스레 물어보았죠 


"근데 쓰레기 어떤 걸로 집었어? 봉지는 어디서 생긴 거야? 친구는 처음 쓰레기 줍기를 한 건데 부끄러워하거나 힘들어하지 않았어? 루나는 엄마랑 같이 해봐서 익숙할 수 도 있는 친구는 아니니깐"


너무 흥분된 저도 속사포 같은 질문을 아이에게 해버렸네요 그래도 아이는 아래턱이 약간 올라간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제게 말을 해주더라고요


어.. 친구네서 나무젓가락 가져와서 그걸로 쓰레기 집었어요 봉지는 길에 있던 거 주워서 거기다 넣었고요 제가 하람이한테 어떠냐고 물어봤거든요? 그랬더니 하람이가 쓰레기가 더럽긴 한데 지구가 깨끗해진다고 생각하니깐 기분 좋다고 했어요 괜찮데요 하람이도요



선한 영향력은 꼭 어른의 몫은 아닌 것 같아요. 상하관계가 아닌 아이와 아이의 동등한 관계에서도 영향력은 크게 나타나고 그걸 스펀지처럼 흡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나이인 것 같아요 어른이지만 아이에게 배우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꼭 어른이 아이의 거울이 되는 게 아니라 어린아이에게서 본모습은 어른을 반성하고 깨우치게 할 수도 있네요. 어른도 길에 떨어진 쓰레기는 더럽고 불결해서 만지기 싫어하는데, 아이들이라고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을 텐데, 용기 내어 놀이터 주변 쓰레기를 주워 온 제 딸과 그리고 그 친구에게 너희들이 한 작은 행동이 지구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지는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그건 굉장히 멋진 일이라고요




쓰레기를 줍고 사진을 찍은 초2 아이들



놀면서 쓰레기를 줍는 아이들의 플레이깅과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보면 쓰줍을 하는 엄마의 환상적인 팀워크는 결국 지금 자라고 있는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주는 거라 생각이 들어요 별거 아닌 행동이 얼마나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용기 있게 행동하는 아이들과 용기 있게 실행하는 어른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둘레길 걸으며 쓰줍을 온 가족이 함께 합니다 쓰레기가 없을 것 같은 저곳에서 20리터 한 봉지를 가득 채웠습니다




에필로그:D

아이들과 숲, 산, 등을 많이 다닙니다

용기에 간단한 간식을 담아 주변에 풀과 나무 벌레 곤충 등을 관찰하며 걷고 뛰고 놀고 이야기하고 

그렇게 아이들에게 자연을 느끼게 해 주는데 

곤충 옆에 콜라캔이 있고

도토리 옆에 비닐봉지가 흙에 묻혀 있고

개나리 밑에 막걸리 페트병이 나뒹굴러 다녀요

저흰 자연 옆에 있는 쓰레기를 온 가족이 줍고 다녀요

부러진 나뭇가지가 쓰레기를 줍는 젓가락이 되고

굴러다니는 비닐봉지가 쓰레기를 담는 용기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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