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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온기 Aug 19. 2021

8화, 욕심

에세이





욕심이 없는 사람 없지 않을까? 눈앞에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내가 더 많이 먹고 싶어 하는 것

그것도 일종의 욕심이니 누구나 마음에 욕심이 담긴 주머니를 가지고 다닌다. 먹는 욕심, 예쁜 걸 가지고 싶은 욕심, 남들보다 빛나 보이고 싶은 욕심


어릴 때 시장에서 분홍색 스웨터가 너무 가지고 싶어 시장바닥에서 울고불고 엄마를 곤란하게 만든 적이 있다. 끝내 스웨터는 내 손에 들어왔고 스웨터를 입고 찍은 나의 어릴 적 사진엔 해맑게 웃고 있지만 그건 욕심으로 가진 옷이었다. 아무것도 모를 나이었으니 그렇게라도 옷을 가지려는 것에 대해 욕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른이 된 나

욕심의 대상이 바뀌었다. 사랑받고 자라지 못했다는 생각이 가슴 저 바닥에 깔려 있다 보니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에 대한 욕심이 컸다. 나를 이해해주고 나와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 생기면  늘 함께 해야 된다는 생각이  많았다. 그 대상이 남자이든 여자이든 난 24시간 그 사람과 어떻게 잘 지낼지를 생각하게 되고 그러는 동안엔 나는 없고 상대방이 세상의 중심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상대방이 나와 같은 생각일 거라고 굳게 믿었지만, 결과는 상처로 돌아왔다. 내가 만든 상처를 내가 받았다.


지금은 그때 서운하기만 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있다. 나를 돌아보기 시작하면서 과했던 관심이 상대방에겐 부담이 되었을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욕심이 없는 건 삶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나 무엇이든 넘치게 되면 다음엔 정리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 된다. 사람에 대한 정이 그립다는 이유로  다른 이에게 그 비워진 곳을 채우길 강요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내 상처를 돌보는 방법을 몰라 혼자 끙끙거려야 했다. 한번 상처가 난 곳은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하기 힘들다. 보듬어 주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처 때문에 자신과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할 수밖에 없다. 방법을 몰랐던 나는  그 상처를 남편이 치유해주기를 한없이 바라기만 했었다.

그것도 욕심이었다. 내가 회복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데 타인으로부터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 말이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날 보듬어 주는 방법은 글쓰기였다. 이젠 다른 욕심을 가져본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의 욕심, 이 욕심은 좀 가져도 될 것 같다 그리고 내게 그 시간이 주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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