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찾아온 단 한 번의 기회

by 달이음



다음날 한 강의실,


“아, 쟤 누구지? 같은 고등학교 나온 앤 아닌데… 분명 어디서 봤는데…’


서준은 강의실 제일 뒷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책상에 팔을 걸친 채 턱을 괴었다.

교양수업은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고,

교수님은 여전히 출석부를 들고 학생들의 이름을 확인 중이었다.


서준은 조용한 교실 분위기에 지루한 듯 눈을 돌리다가

강의실 왼쪽 창가 쪽,

조용히 앉아 있는 한 여학생에게 시선을 멈췄다.


단정하게 자른 턱 선 길이의 단발머리.

무언가 익숙한 느낌이었다.


‘진짜 어디서 봤더라… 이상하게 익숙한데…’

서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다 갑자기 머릿속이 번쩍해서, 서준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아!! 그 사진!”


말이 새어 나오는 순간, 교수님의 시선이 훅 날아왔다.
서준은 민망해서 고개를 숙인 채 책장을 툭툭 넘겼다.


하지만 머릿속은 이미 떠오른 퍼즐 조각을 빠르게 맞추고 있었다.

‘현우가 맨날 지갑에 넣어 다니던 그 사진.
그 단발머리 여자애.
딱, 걔가 저 얼굴 이잖아.’

수업이 끝나자 서준은 평소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강의실을 나섰다.
그리고 폰을 꺼내며 현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야, 지금 점심 먹을 거지? 구내식당으로 와. 중요한 얘기 있음.]



“진짜야? 확실해?”


“확실하다니까.
야, 내가 너 때문에 그 사진을 얼마나 많이 봤는데~
맨날 너가 꺼내서 멍하니 들여다보는 걸 옆에서 몇 년을 봤는데, 그걸 모르겠냐!”


점심시간, 구내식당 한쪽 테이블.
서준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단언하듯 말했다.


현우는 그의 말에 숨을 가쁘게 들이쉬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얼굴이 금세 밝아지는 것도 모자라,

이내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야, 그 수업… 나랑 시간표 바꿔..

아니, 이름만 바꾸자.”


“…뭐래.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도강하자고!

내가 너 이름 출석 부르면 대답할게.
넌 내 수업 들어가서 내 이름으로 대답해.”


서준이 황당한 듯 입을 벌렸다.


현우는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리포트 내가 쓸게. 시험도 걱정 마.

나 알지? 성적은 A 이상, 무조건 보장한다.”


“야, 미쳤냐. 그거 걸리면 F야. 교수님한테 걸리면 끝장이야.
너~ 진짜…!”


“서준아.”

현우가 진지한 눈빛으로 서준을 바라봤다.


그 짧은 한 마디에 서준은 그만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눈빛 안에 담긴 간절함이 너무도 잘 느껴 졌기에.


“…하아.

알았어.

대신 너 진짜 A 이상 받아야 해!
그리고 밥… 열 번 쏴!”


“다섯 번.”


“일곱 번.”


딜."


두 친구는 그렇게 눈빛을 주고받으며 씩 웃었다.


장난처럼 흘러가던 대화 속,

현우의 가슴엔 또 한 번 설렘이 차오르고 있었다.

‘서이람.
드디어, 진짜로,
너와 대화할 기회가 생겼어.’




필름의 끝에는 언제나 네가 있었다. [필.끝.너]

- 달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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