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숨가빴던 며칠이 지나고

by 달이음



육일.
일주일도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이 현우에겐 너무도 길고, 또 지루한 기다림이었다.


누군가에겐 설렘 가득한 캠퍼스일지 몰라도,

현우에게 이 캠퍼스는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만큼 낯설고 거대한 숲 같았다.


그 며칠 사이 전공 수업 시간,

이람은 항상 강의실에 가장 늦게 들어왔다가
수업이 끝나면 누구보다 빠르게 가방을 챙겨 사라졌다.


그녀의 옆모습,

때로는 뒷모습만 바라보는 날들이었다.


현우는 혹시나 자신이 무심코 티를 낸 건 아닐까,
그게 이람을 불편하게 만든 건 아닐까,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뇌며 입술을 꾹 깨물곤 했다.


그래서 더욱.
전공 시간에는 이람 쪽을 바라보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그렇게 말을 건네지 못한 채, 며칠이 흘렀다.


그리고 돌아온 그날-
드디어 교양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서준은 현우 원룸에 들려 교양책을 건네 주며 말했다.


“너, 진짜 안 들킬 자신 있지?
최대한 니 얼굴 가리고 다녀.

휴… 물론 니 얼굴이 가린다고 가려지진 않겠지만.”


서준의 투덜거림에도,
현우는 아침부터 거울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셔츠 단추를 잠그고, 가디건을 골라 입고, 머리를 매만지며
마음을 다잡았다.


'오늘은, 꼭 너에게 얘기할거야.'


내가 어렸을적 그녀의 친구라는 걸 말하면 그 앤 어떤 표정을 지을까.

너무 궁금하고 설레었다.


현우는 서둘러 책을 챙기고, 서준과 함께 집을 나섰다.

그리고 평소보다 일찍 강의실로 향했다.


그 어느 때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요 며칠 내내,
이람은 현우를 피해 다니느라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멀리서 실루엣만 보여도,
숨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방향을 바꾸었고
전공 수업 시간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진 자리를 골라 앉았다.


그가 자신을 보는 것만 같아
도망치듯 교실을 빠져나오기도 여러 번.


이렇게 피한다고,
현우를 향한 마음이 접히는 것도 아니란 걸 알지만,
그래도 이람은 멀찍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혹여 들켜버릴까,
혹여 오해받을까.


강의실에 들어설 때마다
아이들의 수근거림과 보미의 시선을 느끼는 것도
점점 더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그래서였을까.
현우와 마주하지 않으려 애썼던 그 일주일이,
이람에겐 참 숨 가빴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그 날,


교양수업 강의실 안에서.


이람의 굳게 다짐했던 마음은 한순간 무너져 내리게 된다.





필름의 끝에는 언제나 네가 있었다. [필.끝.너]

- 달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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