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우연처럼, 필연처럼

by 달이음



‘서준아 고맙다, 진짜…’


교양수업 시간 15분 전,
현우는 일찍 도착해 강의실 앞에 섰다.


서준이가 들려준 교양수업 책을 들고 강의실 문 밖에 서서 이람이가 오길 기다렸다.

혹여나 이람이가 부담스러울까봐

사람들에게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잠시 몸을 숨겼다.


그리고 곧,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햇살을 안고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이람.

현우는 심장이 찌르르 두근거림을 느꼈다.


‘오늘 너무 예쁘네.’


이람을 제대로 본 게 오랫만이라 현우는 설레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남들이 보기엔 무표정한 얼굴이겠지만,

현우의 마음 속은 이미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창가 쪽, 맨 왼편 구석.

이람이가 강의실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햇빛이 스며든 유리창 너머로 그녀의 단발머리가 은은하게 빛났다.


현우는 조용히 숨을 내쉬고 그녀를 따라,

아무렇지 않은 척 그 옆자리로 걸어가 앉았다.


“……안녕.”

현우가 다정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어.. 안녕.”

현우와 마주쳤던 시선을 슬며시 피하며 이람은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보고 현우가 다시 조용히 말했다.

“지난주에 빠져서 아는 사람이 너 밖에 없네. 서이람.”


이람이가 움찔거리며 대답했다.

“아.. 응. 현우야.”


이람에 입에서 현우의 이름이 나오는 그 순간,

현우는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너.. 나 기억해?”


현우는 어릴 때의 자신과 이람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며,

감정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당연하지. 그때 나 술 취했을 때 너가 나 업고 병원에 데려다 준거..

당연히 알지.”


그렇게 말하며 이람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것 같은 건 현우의 착각인가.

그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워 보였다.


“그때 너무 고맙고 미안 했어. 내가 너무 민폐였지.”


현우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이람에게 대답했다.

“..아니, 전혀.”


그리고 덧붙였다.

“하나도 민폐 아니었어.”


이람이가 현우의 말에 고맙다며 살며시 웃음지었다.


그 순간ㅡ

반짝반짝 빛나는 이람이의 미소와,

어렸을 때의 이람이의 모습이 현재의 이람이의 모습과 겹쳐 보이며,

현우는 가슴이 뭉클하고 코끝이 찡함을 느꼈다.


‘아. 이람이는 옆집에 살았던 13살 나를 전혀 기억 못하는구나.

그래도. 이렇게 대화하니까 너무 좋다.’


대화를 나누는 것도 시선을 주고받는 것도

몇 년 만인가.

나를 기억 못해도 상관없었다.

다시 다가가면 그뿐.


이건 현우에게 다시 찾아온 기회였다.

이 기회를 어떻게든 살려 다시 이람이와 친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녀에게 고백할 것이다.


나 너 많이 좋아해.

13살때부터 계속.

너가 내 옆에 없는 순간에도, 널 좋아했어.

그리고 지금 다시 만나서 너무 기뻐.

그러니, 나랑 사귀어줄래..?





필름의 끝에는 언제나 네가 있었다. [필.끝.너]

- 달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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