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우연한 옆자리, 필연의 시작

by 달이음

의자가 살짝 삐걱이는 소리에 퍼특,

이람은 자신의 옆자리에 누군가 와있음을 자각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순간,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눈빛.

그리고 곧 그가 낮고 부드럽게 인사했다.


“안녕.”


그의 목소리가 바로 옆자리에서 가슴에 쿵 하고 박혔다.


‘헉. 김현우가…
지금… 내 옆자리에… 앉았어…?’


“지난주에 빠져서 아는 사람이 너밖에 없네. 서이람.”


이람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낮고 울림 있는 목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걸 느끼며 대답했다.


“안녕.. 응.. 현우야.”

이람은 숨을 참다가 내뱉듯이 ,

자신도 모르게 현우의 이름을 내뱉었다.


현우의 눈빛이 크게 흔들리는듯 보였지만

이람은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현우의 시선이,

너무 따뜻하게 느껴져서.
숨이 막히는 듯,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왜 이렇게… 시선이 뜨거워…
뭐라도 말하고 싶은데…’


말을 꺼내려다 이내 멈추었다.

입술이 말라가고, 속눈썹이 바르르 떨렸다.


다행인지, 교수님이 강의실로 들어오셨고
이람은 아주 작게 숨을 토했다.


안도의 숨이었지만,
그 숨결조차 떨릴 만큼..


이람의 마음은 조금씩 현우로 가득 차고 있었다.




수업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현우가 바로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람은 숨이 점점 가빠지고,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워졌다.


그저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짝사랑으로 만족하자고 다짐했었는데-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옆에 앉은 현우는 더 근사했고,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하나같이 다정했다.


이람은 또다시, 심장이 몽글몽글 기쁨으로 부푸는 걸 느꼈다.


‘현우랑… 친해지고 싶어.
그에게 난 친구일 뿐이더라도…
이 감정, 이 기쁨을 계속 느끼고 싶어.’


그렇게 조심스럽게 결심을 하는 찰나,

교수님의 목소리가 교실을 가로질렀다.


“오늘부터 조별 프로젝트 들어갑니다.

주제는 여기. 확인하고,
각자 두 명씩 짝지어 조를 편성해서 지금 제출해 주세요.
발표는 2주 후입니다.”


이람은 순간 숨을 멈췄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도 머리가 하얘졌다.


그때, 현우가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우리, 같은 조다.”


“어…? 응…”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 버린 이람은
멍한 얼굴로 대답했다.


“내가 이름 적어서 낼게.”
현우는 조용히 종이를 꺼내 이름을 썼고,
이람에게 보일 틈도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 종이엔 서이람이서준의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이람은 그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한 채
자리로 돌아오는 현우를 바라보기만 했다.


‘나… 진짜… 현우랑 단둘이 조별과제를 하는 거야…?’


심장이 쿵, 쿵.
온몸을 울리며 요동쳤다.


‘이러다… 나 심장 터지는 거 아냐?’


김현우라는 이름 석 자가
이람의 마음속에서 톡, 건드리기만 해도
펑, 하고 터질 것만 같았다.




현우에게 이 모든 건 상상도 못했던 행운이었다.


그저 오늘은 옆자리에서 말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교수님의 조별과제 발표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큐피드 같았다.


‘교수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서준아. 너는 내 은인이야.
그깟 밥 10번, 20번 산다. 내가.’


현우는 웃음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종이에 이름을 적었다.
물론, ‘김현우’ 대신 ‘이서준’이라 썼다.


이제, 이람과 함께할 시간이 생겼다.


현우는 자리로 돌아와 작게, 아주 작게 미소 지었다.


이제 이람과 친해지기만 하면 된다.


현우는 제 눈에 빛나는 이람을 눈에 담으며 다음을 계획했다.


이제 시작이다.
내가 다시 너에게 다가갈 시간.





필름의 끝에는 언제나 네가 있었다. [..]

- 달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