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 조용한 카페 한 켠.
현우는 수업이 끝난 뒤, 조별 과제 주제를 정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람을 설득해 카페에 함께 왔다.
교양 문학 수업이어서일까.
과제 주제는 꽤 포괄적이었고,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했다.
“내가 수의학과를 선택한 이유. 그리고 내가 꿈꾸는 수의사의 모습.”
현우는 망설임 없이 이람에게 주제를 제안했다.
“아… 좋을 것 같아. 주제에도 잘 맞고.”
처음에 조금 머뭇거렸던 이람은 금세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그 웃음이 너무 사랑스러워, 현우는 웃음을 터뜨릴 뻔했지만
아차 싶어, 얼른 손에 들고 있던 음료를 마시는 척했다.
“넌, 왜 수의학과에 온 거야?”
현우가 시치미를 뚝 떼고 물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였지만, 이람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다.
말로 듣는 그 순간까지, 다 자신만의 추억처럼 간직하고 싶어서.
이람이 대답을 망설이자, 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사실, 누굴 따라 왔어.”
“따라왔다고?”
이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현우는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어렸을 때, 다친 강아지를 도와준 친구가 있었어.
진짜 용감하고 따뜻한 애였어.
그 애가 너무 멋져 보여서…
그 친구가 간 길을 따라가면 좋을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
그 말을 들은 이람은 가슴 어딘가가 따뜻하게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어딘가, 나랑 닮아 있었다.
“나랑… 비슷하다.”
"너도?”
이람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렸을 때 공원에서… 버려진 강아지를 본 적 있어.
목줄에 묶여 있었는데, 비가 오고 있었고…
너무 작았고, 떨고 있었거든..
함께 있던 친구랑 같이 그 애를 구출해서 데리고 나와서,
수건으로 닦아주고, 병원에 데려가고… 그랬었어..
누가 그렇게 묶어놓고 버린건지..
너무 가슴 아팠어.
그때… 그 강아지의 떨리는 몸이..
내 손안에 있었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해”
그 장면을 떠올리는 듯한 이람의 눈빛이 아련하면서도 반짝였다.
이람의 눈빛에 현우는 숨을 삼켰다.
마치, 어린 시절의 그녀가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반짝이며 빛나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 결심했어.
그때처럼 학대당하고 다친 동물들을 도와주고 싶고,
치료하고 싶다고..
그래서 그때부터 수의학과를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어.
그녀의 눈빛은 따뜻했고,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확신에 차 있었다.
‘예전이랑 똑같구나.
역시, 너답다.’
현우는 문득 마지막 말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올까봐
얼른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때 그 친구가 나라고 말하고 싶은데…
지금은, 그냥 이 눈빛만 봐도 충분하네.’
말은 꾹 삼키고, 대신 짧게 말했다.
“멋지다.”
이람은 멋쩍은 듯 볼을 붉히며 웃었다.
“아, 나 너무 말 많이 했지?”
“아니야.” 현우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리고 조금 더 낮은 목소리로,
“그런 너가…좋아.”
이람은 음료수를 마시느라 그의 마지막 말을 듣지 못한 듯
멋쩍은 웃음만 지었다.
카페 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달콤한 공기의 무게가.
살짝, 아주 조용히 내려앉았다.
필름의 끝에는 언제나 네가 있었다. [필.끝.너]
- 달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