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뒤, 도서관 2층 창가 자리.
서로 연락처를 교환한 뒤 각자 자료를 조사해
도서관에서 마주한 첫 번째 조별 과제 시간이었다.
하지만 현우의 마음은 과제보다는,
이람과 단둘이 있다는 그 사실 하나로 자꾸 설레는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웬지… 데이트 같다고, 자꾸 착각하게 만드는 분위기.
그러나 이람은 말없이 노트북에 눈빛을 집중한 채 타자만 치고 있었다.
이윽고 슬라이드 한 장 한 장이 그녀의 손에서 정성스럽게 만들어 지는걸 보고
현우는 감탄했다.
“여기서 이 내용을 조금 보태고,
여기에 유기견 센터의 현재현황을 추가하면 좋을 것 같아.”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또렷했고,
눈빛은 반짝였고, 표정은 진지했다.
“우리는 수의학과니까 그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면 좀더 유리할 것 같아.”
현우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그 옆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만 나오는, 그 특유의 에너지.
자기 길에 확신을 가진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눈빛이었다.
‘이람이는… 진짜야.
이 꿈을 위해 오래 달려온 사람이야.’
현우는 문득, 지난번에 말하지 못한 걸
지금이라도 꺼내고 싶어 졌다.
‘…이람아, 사실 그 강아지 구할 때 옆에 있던 친구… 그거 나야.’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는 그녀의 옆모습을 보며,
현우는 몇 번이나 입을 열까 말까 고민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그 말이 뱅뱅 맴돌았지만,
“여기 구조된 강아지 전후 사진 넣으면 더 감동적일 것 같아.
이건 너가 좀 도와줘.”
이람에 말에 현우는 입술을 달싹이다,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진심으로, 애정으로, 그 길을 걷는 사람.
그런 이람 앞에,
‘너를 다시 만나고 싶어서 수의학과에 왔어’ 라고 고백하는 건,
너무 가벼워 보이고
그녀가 실망할 것 같았다.
이람과 비교해 자신이 가진 마음이 너무 작고 사사로워 보여
현우는 꾹. 말을 삼켰다.
‘괜찮아. 지금은 아니야.
아니 말 안 해도 돼.
지금, 이렇게 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그는 자신의 노트북으로 시선을 옮겨,
조용히 이람이 만든 발표문에 사용할 사진을 고르기 시작했다.
말하지 못한 진심은,
오늘도 조용히 마음 속에 고이 접어 두었다.
필름의 끝에는 언제나 네가 있었다. [필.끝.너]
- 달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