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진짜 이러기야?”
서로 바빠 며칠만에 만나 식사를 하게 된 현우와 서준.
조용한 분위기의 이탈리안 음식점 한 켠에
서준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준은 트레이 위의 스파게티를 휙 휙 휘저으며,
잔뜩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너가 듣는 수업이 ‘뇌와 인간행동의 이해’라고 미리 말 해줬어야지!
교양수업인 줄 알았더니 거의 뇌 과학 수준이잖아!
교수님 PPT에 대뇌피질, 변연계, 부호화 나올 때 나 진심 울뻔 했다?”
현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마늘 빵을 한 입 베어 물며 말했다.
“그 수업은 원래 그런 거야. 그리고 넌 맨날 뒷자리에서 자잖아.”
“그 수업은... 잠 안 자면 미치는 수업이야!!”
서준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야. 그냥 다시 바꾸자. 원위치 하자, 우리.”
현우는 아주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이미 교수님께 조 편성도 냈고,
다음주면 발표인데 지금 바꾸면 이상하잖아.”
“아~ 진짜! 그럼 밥 열 번은 기본이다?”
“응. 아니, 열 번이 뭐야. 학기 내내 다 내가 쏜다.”
“야야야… 이 자식 너 진짜 첫사랑 만났다고 입이 귀에 걸린 거봐.
좋아 죽는구만 아주.
근데 왜 내가 그 지루한 수업을 대신 듣냐고~!”
서준은 손에 들고 있던 포크로 현우의 손등을 콕콕 찌르며 말했다.
현우는 대꾸도 하지 않고 피클을 서준 접시에 툭,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야, 이람이랑 얘기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어.
그리고 알잖아, 나 과에서 인기 폭발 인거.
애들이 날 가만두지 않아서 이람이랑 대화할 틈이 없다니까?”
“이 자식이, 너 잘났다고 자랑하냐?
난 너 덕분에 뇌 과학 입문 중인데, 지만 좋다고 이 자식이~.”
서준은 일어나 현우 옆으로 자리를 옮겨
팔로 현우의 목을 조르는 시늉을 하며 질투어린 말투로 말했다.
현우는 서준이 그러든 말든 씩 웃으며 빵을 한 입 더 깨어 물었다.
그러다 문득 뭐가 떠오른 듯 서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잠깐만. 근데 너 발표 조원 적어 낼 때 내 이름 적지 않았냐?
ppt 맨 앞에도 내 이름 썼을 텐데,
이람이가 그거 보면서 이상하다고 뭐라 안했어?
현우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 얘기 나왔지.”
“…그래서 뭐라고 둘러댔는데?”
“수강 신청 실패한 친구가 듣고 싶었던 과목이
내가 듣는 과목이었는데, 걔가 사정해서 바꿔줬다고.”
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현우를 노려봤다.
현우는 바로 말을 이어 나갔다.
“이람이가 무슨 과목이냐고 묻길래,
‘뇌와 인간행동의 이해’ 라고 했더니…”
현우는 말을 잠시 멈췄다.
“웃으면서, ‘그 친구 진짜 똑똑 한가 보다’ 라고 하더라.”
“…하아… 진짜 이제는 나까지 파네?”
서준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야. 대체 너의 첫사랑은 언제 끝나는 거냐?”
현우는 말없이 웃었다.
그 표정이 모든 답이었다.
필름의 끝에는 언제나 네가 있었다. [필.끝.너]
- 달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