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다렸던 이람이와의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그냥 밥 한 끼.
누가 들어도 평범한 말이지만, 현우에겐 그렇지 않았다.
현우는 이른 아침부터 옷장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너무 티 나면 안 되는데…
그래도… 평소랑은 좀 다르게 입어도 되겠지.’
새로 산 셔츠를 한 벌 꺼내 입어본다.
거울 앞에 섰다.
괜히 어깨 라인도 펴보고, 단추도 하나 더 풀어본다.
‘…아냐. 이건 좀 과한가.’
셔츠를 벗고 티셔츠로 갈아입어본다.
또다시 거울 앞에 선다.
이번엔 너무 무심해 보이는 것 같아
결국 다시 셔츠를 꺼낸다.
화이트 셔츠에 가디건, 살짝 여유 있는 슬랙스.
늘 입던 깔끔한 차림.
딱 거기까지.
‘그래, 이게 나다. 괜히 꾸민 티 나는 것보단 낫지.’
머리를 손으로 몇 번 쓸어 넘기고 향수를 살짝 뿌렸다.
그는 그렇게,
심장을 단단히 붙잡고 이람을 만나러 나섰다.
식당 앞.
현우는 미리 도착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현우는 습관처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숨이 잠깐 막혔다.
이람이 웃으며 들어오고 있었다.
밝은 컬러의 원피스에 살짝 묶은 머리.
화장도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 쓴 것 같았다.
뭔가,
익숙한 그녀가 아닌 듯한 느낌.
하지만 동시에,
어릴 때의 그 미소가 지금과 겹쳐진다고 느끼는 순간.
‘……예쁘다.’
현우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람을 맞이했다.
“생각보다 일찍 왔네.”
“응… 너도.”
짧은 인사.
서툰 듯, 그러나 어색하지 않은 시작.
현우는 그녀가 자신의 맞은편에 앉는 그 순간,
마음이 조용히 내려앉는 걸 느꼈다.
식사가 시작되고,
이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꺼냈고,
현우는 묵묵히, 그러나 놓치지 않고 그 모든 말을 들었다.
그녀는 학교 안에서 보다 조금 더 말이 많았고,
표정도 조금 더 풍부했다.
마치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증거처럼.
‘이젠 이람이가 날 기억하지 못해도 전혀 상관없어.
이렇게 함께할 수 있다면.’
현우는 조용히 마음속으로 그 다짐을 되뇌었다.
입 밖으로는 내지 못한 말들,
그저 미소 속에 감추며
‘나는 지금,
너와 함께 있는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해서…
말하지 않는 거야.’
필름의 끝에는 언제나 네가 있었다. [필.끝.너]
- 달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