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불안이 마음을 삼켰던 순간

by 달이음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답답하고 불안했던 시간이 지나고 쉬는 시간.

현우는 뒤쪽에 앉아 있는 이람에게 다가가려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그 순간, 어느새 보미가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현우야~ 좀 이따 점심 같이 먹을래? 학생식당 가자~”


현우는 무심한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같이 갈 사람 있어. 다른 친구랑 가.”


보미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더니, 곧 표정을 펴고 다시 말했다.

“누구랑 갈 건데?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몰라도 돼.”

현우는 귀찮다는 듯 짧게 대답하고는 곧장 보미를 지나쳐 이람 쪽으로 걸어갔다.

뒷통수에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람은 그가 뒷 쪽으로 다가오는 기척에 화들짝 놀라,

황급히 일어나 강의실 밖으로 도망치듯 나왔다.

급히 화장실로 들어온 그녀는 세면대 앞에서 숨을 고르며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나도 모르게 피해버렸어… 눈도 못 마주칠 것 같은데… 어떡하지.’

‘보미가 아까 나 째려보는 것 같았는데… 괜히 더 눈에 띄면 안 되는데…’


이람은 불안한 마음을 누르며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자신은 그저 조용히 현우를 멀리서 보고 좋아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그게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방식이라고.


그렇게 이람은 잠시 화장실에 머물다가,

수업 시작 시간에 맞춰 조심스럽게 강의실로 돌아갔다.

전공수업이 끝난 뒤, 하영과 인사를 나눈 이람은 빠르게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어깨에 가방을 둘러메고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척하며 조심스레 복도를 걷는 중.


그때,
낮고 부드러운 저음이 그녀를 불렀다.


“서이람.”


쿵.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에 이람은 슬며시 고개를 돌려 뒤를 봤다.


짙은 갈색 머리, 흰 티에 단정한 가디건, 호리호리하면서도 탄탄한 어깨선.
사람들 틈에서도 단번에 눈에 띄는 사람.


김현우였다.


이람은 얼떨결에 그의 눈을 피하듯 옆 복도로 몸을 돌렸다.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며,

가슴속에서 요동치는 심장을 다독였다.


‘어떡해… 또 도망쳐버렸어…
내가 피하는 거, 다 알아챘을 텐데…’

자신도 모르게 울상이 된 얼굴.


하지만 그가 ‘서이람’이라고 불렀다는 그 사실만으로,
이람의 가슴은 다시 두근거림으로 가득 찼다.


불안과 떨림 사이에서, 그녀는 숨을 고르며 다음 교양 수업이 있는 건물로 조용히 이동했다.
강의실 안 구석진 자리에 앉자마자, 안도한듯 긴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한편, 현우는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분명 눈이 마주친 것 같았는데, 그녀는 아무 말없이 사라졌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이따가 같이 밥 먹자고 하려고 했는데…
다시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는데…’

마음이 아릿했다.


그녀가 사라진 복도를 오래도록 바라보던 현우는,
뒤늦게 다가온 보미의 말에도 무심하게 대꾸했다.


“현우야~ 다음 수업 뭐 야? 난 공강인데~ 너도 공강이면 우리 같이 카페 가자!”


현우는 짧게 대답했다.

“아니. 나 수업 가.”


“그래? 이따 밥은? 같이 먹자~”


“서준이랑 먹기로 했어.”


뚝뚝 끊기는 짧은 말들.
더는 대화할 의지가 없다는 듯, 현우는 뚜벅뚜벅 뒷말 없이 걸어갔다.


현우의 등 뒤로, 보미의 시선이 따갑게 따라오고 있었다.





필름의 끝에는 언제나 네가 있었다. [..]

- 달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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