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설렘과 불안 사이

by 달이음



강의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강의실에 있던 몇몇 친구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와 이람을 향하는 시선들이 낯설게 느껴졌다.


이람은 알 수 없는 긴장감에 강의실 뒤쪽,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조심스레 자리를 잡았다.


강의실은 전날보다 훨씬 차분한 분위기였다.
학생들은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소근거리고 있었다.


이람은 친구들의 시선을 민망하게 느끼며 전공책을 펼쳐 들었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어젯밤을 떠올렸다.


‘나 진짜, 어제 무슨 민폐를…
나 때문에 환영파티가 끝났다고 했지…
다들 나를 어떻게 생각 하겠어…
그리고… 그 애가 날 병원까지 데려다줬다니…’

얼굴이 다시 화끈 달아올랐다.


곧, 하영이 강의실에 들어와 이람의 옆에 앉았다.
걱정스런 목소리로 괜찮냐고 물었고,
이람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어제의 민망했던 일을 털어놓았다.


잠시 후,

강의실 문이 열리고,

현우가 들어섰다.

순간, 이람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야, 김현우 온다!”
하영이 이람을 툭 치며 얘기했고,

이람은 그 말에 몸이 굳어버렸다.


현우는 강의실을 천천히 걸어오며, 여기저기 인사를 받고 있었다.
이람은 얼른 책을 펼쳐 놓고는 공부하는 척 시선을 피했다.


“이람아- 너 현우한테 음료수 지금 주면 될 것 같은데.”

“아.. 이따 쉬는 시간에 주면 안될까? 아니면 수업 끝나고..”

“야, 지금 애들 별로 없을 때 주는게 더 낫지~”


하영의 말에 이람은 소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직접 주긴 좀 그런데… 너가 대신 좀…”


“하하~

알겠어. 창피하긴 하겠다~”

하영은 싱긋 웃으며, 음료수를 들고 현우 쪽으로 다가갔다.


“김현우~”
“어?”
“이람이가 어제 고마웠다고… 이거 주라 했어. 받으삼~”


현우는 살짝 놀란 듯했지만,
작은 플라스틱 병을 받아 들며 고개를 돌려 이람 쪽을 바라봤다.

이람은 창밖을 보는 척, 고개를 돌린 상태였다.


현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예전이랑 똑같네.
이람이… 여전히 마음이 예쁘다.’


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이람 쪽으로 걸어갔다.
이람은 계속 창밖을 보는 척, 연기에 집중하는 중이었다.


“서이람.”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이람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가
순식간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아… 어… 안녕…”

“고마워. 음료수.”


현우가 눈을 맞추며 웃자,
이람은 허둥지둥 고개를 숙이고 전공책을 뒤적였다.

“아, 별거 아니야… 그냥… 어제… 그, 고마워서…”


‘혹시 내가 어제 무슨 실수라도 한 건 아니겠지…?’
이람은 말끝을 꾹 삼키고 속으로만 되뇌었다.


현우는 그런 이람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한마디를 더 남겼다.

“…너, 괜찮아졌으면 다행이다.”


그 순간,

문 밖에서 들려온 목소리.

“김현우, 조교가 너 불러!”


“아…”
현우는 아쉬운 듯 이람을 한번 더 바라본 뒤
고개를 숙여 돌아섰다.


이람은 손으로 뜨거워진 볼을 살짝 감쌌다.

‘하아… 부끄러워 죽는 줄 알았네…’

곧이어 교수님이 들어오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앞쪽에 앉은 현우의 넓은 어깨와 예쁜 뒷통수를 바라보며,

수업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머릿속엔 아까 그 순간만이 맴돌았다.


‘서이람.’
‘고마워. 음료수.’
‘괜찮아졌으면 다행이다…’


현우의 목소리.
그 낮고 따뜻한 톤이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말… 했어.
내가… 김현우랑… 말을 했어…!!’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가고,
심장이 몽글몽글 간지러웠다.

그 짧은 순간은
작지만 확실한 기쁨으로 이람의 온몸에 퍼졌다.


어젯밤의 마음을 접자던 그 결심은 어느새 사라지고

이람은 다시 조용히, 천천히 현우를 향한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때,
“야… 너 아까 봤어?”

작은 목소리가 대각선에서 들려왔다.


두 명의 여학생이 슬쩍 이람을 보며 속삭이듯 수군거리고 있었다.

“김현우가 서이람 한테 말 걸었어.”

“진짜? 나 현우가 다른 애 한테 말 먼저 거는 거

어제, 오늘 한번도 못 봤는데.

갑자기 어제 쟤 업고 나가기도 하고..

의외네.”

아이들의 수근거림은 이람이가 들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계속 되었다.


그리고 보미도 조용히 고개를 돌려 이람 쪽을 바라봤다.

표정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지만,

그 무표정 너머에서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이람은 그 시선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펜을 잡았다.


‘아… 나 어제랑, 아까 현우랑 잠깐 얘기한 것 때문에 애들한테 찍힌거야? 보미도 뭔가 무서워보여..’

이람의 마음속에


잔잔했던 감정의 물결 위로,
조심스러운 불안이 번지기 시작했다.





필름의 끝에는 언제나 네가 있었다. [필.끝.너]


- 달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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