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는 예상보다 훨씬 시끄러웠다.
술잔이 부딪히고, 웃음소리와 말소리가 테이블마다 겹쳐졌다.
이런 자리에선 적당히 웃고 말 섞으며 분위기를 맞춰주는 게 익숙했지만,
오늘은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현우야, 너 어디 살아?”
“너라면 모델과 가야 되는 거 아니야? 우리 과는 어떻게 온 거야?”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질문들에 현우는
“아, 응. 응.”
무의식적으로 고개만 끄덕이며 건성건성 대답했다.
시선은, 다른 곳에 있었다.
서이람.
현우의 눈동자는 시끄러운 목소리들 사이에서도 오직 그녀만 쫓고 있었다.
이람은 현우와 멀지 않은 테이블, 구석에 앉아 있었다.
무리에서 살짝 떨어진 자리.
다들 웃고 떠드는 와중에도, 그녀만 유독 조용했다.
이따금 친구가 말을 걸면 웃으며 대답했지만,
곧 그 친구도 옆 테이블로 떠나버리고 이람은 혼자가 됐다.
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쪽으로 향하려다,
또다시 쏟아지는 질문들에 짧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서두르지 말자. 어차피 자주 보게 될 테니까.’
현우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친구가 따라준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때였다.
이람의 몸이 조금 옆으로 기울어진다.
소주잔을 홀짝, 홀짝.
벌써 몇 잔째 인지도 모르게 빠른 템포로 입에 가져가는 모습.
현우는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다른 누구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모두의 관심은, 이쪽.
자신과 최보미에게 쏠려 있었다.
“현우야, 이거 새로 나온 술 이래! 괜찮은데? 마셔봐~”
보미가 웃으며 잔을 내밀었고,
현우는 이람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잔을 받아 들었다.
또다시 단숨에 삼킨 술.
무슨 맛인지, 알 수 없었다.
누가 뭘 물어보든,
보미가 무슨 말을 하든,
현우의 시선은 오직.
사람들 사이. 테이블 너머의, 이람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의 몸이 더 옆으로 기울어진다.
한 손으로 의자를 짚은 채, 조용히 빠르게 술잔을 입에 가져가는 모습.
‘그만 마셔, 서이람.’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녀의 손에서 잔을 빼앗고 싶었다.
“현우야? 얘가 뭐 물어보는데~?”
최보미가 팔을 툭툭 치며 말을 걸었고,
현우는 이람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아, 미안. 뭐라고 했지?”
그리고 그 순간,
툭.
이람의 잔이 손에서 미끄러졌다.
테이블 위로 쏟아진 술,
흘러내리는 그녀의 고개.
그녀의 몸이 테이블 옆 의자 위로 스르르 무너졌다.
“이람아?! 야, 얘 어떡해!”
옆 테이블 친구의 놀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이람에게로 향했다.
현우는 더 이상 참지 않고 일어섰다.
“비켜봐.”
친구들 사이를 가로질러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이람에게 다가갔다.
의자에 쓰러져 축 늘어진 그녀를 조심스레 일으켜 안았다.
이람의 몸은 가벼웠고, 손끝은 차가웠다.
현우는 말없이 그녀를 업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야, 어디 가? 너 뭐 하는 거야.”
“병원 가.”
짧게 말한 현우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최보미는 멍하니 서 있었고,
조교 선배가 부랴부랴 현우의 뒤를 따라 나왔다.
그렇게, 자신의 등에 업힌 이람의 가냘픈 숨결을 느끼며,
현우는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며 빠르게 걸어 나갔다.
그 순간 그의 심장은,
마치 과거의 어느 날처럼,
다급하고, 또 아프게 뛰고 있었다.
필름의 끝에는 언제나 네가 있었다. [필.끝.너]
- 달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