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나면 산책을 간다. 밤이라 멀리는 못 가고 동네를 걷거나 가까운 공원에 가지만 일단 캄캄한 밤에 밖에 나온 것만으로도 아이는 들뜬다. 조금 뒤처질라치면 "엄마~ 빠이 와~ 손 잡꼬~" 하는 통에 셋이서 손을 꼭 잡고 걸어 다닌다. 바람이 불면 “치원해~”하며 웃는 얼굴을 보니 정말 가을이 왔나 보다.
한 시간쯤 산책을 만끽하고 나서 집에 돌아와 잘 준비를 마치고 나서도 아이는 못내 잠들기 아쉬워한다.
가까스로 눕혀 놓아도 목이 마르다, 쉬야가 나올 것 같다, 책을 보고 싶다, 하면서 자꾸만 방 밖으로 나간다. 어르고 달래서 방으로 들여보내기를 열두 번쯤하고 나서야 겨우 누울 수 있다.
좁은 방에 옹기종기 모여 산책하며 주워 온 소소한 이야깃거리들을 이불 위에 늘어놓는다. 이러다가 내일 늦잠 자면 어쩌지 걱정하면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오래오래 논다. 아까 공원에서 풀벌레 소리를 들었다고, 바람이 무척 시원했다고, 구름이 움직이는 게 무척 신기했다고 소곤소곤, 그러다 문득 아이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우리 애기, 오늘도 재미있었어?
응!
오늘도 행복했어?
응! 햄보캐!
행복해?라는 물음에 망설임 없이 응!이라고 대답해 본 적이 언제였을까?
나는 모르는 것을 아이는 안다. 방금 전이니까.
기분 좋게 베개를 껴안고 뒹굴뒹굴하는 아이를 보다 남편과 눈이 마주친다.
이제는 우리 모두 안다. 지금 우리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