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우리 집
이사 한 뒤 첫 주말 아침이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거실에 아인이와 남편이 아침을 먹고 있다. 커피를 내려 아인이 옆에 앉았다. 테이블에 빛이 한가득 쏟아진다. 아침을 다 먹자마자 바닥에 드러누워 온몸으로 햇빛을 받았다. 그래 집이 이래야지.
청소가 안되어 있는 건 참아도 물건이 흐트러져 있는 건 못 참는 나는 대부분의 짐을 3~4일 만에 정리해버렸다. 덕분에 여유로운 주말이었다. 대충 외출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우리가 평소 자주 가던 카페는 이제 걸어서 2분 거리가 되었다. 아인이가 좋아하는 어린이 도서관은 걸어서 3분, 좋아하는 치킨집도 걸어서 5분 거리다. 아인이가 왜 차를 타고 가지 않냐고 묻길래 기다렸다는 듯 말해주었다. "아인아 걸어서 조금만 가면 카페가 나와!"
늦은 오후에는 남편과 같이 커튼을 달았다. 이삿짐 정리의 마지막 미션이었다. 커튼 고리가 생각보다 많이 필요해서 남편이 근처 생필품 가게에 가서 모자란 만큼을 사 왔다. 그것도 걸어서, 빠른 시간 안에! 커튼을 다는 내내 생각했다. 이젠 도서관에서 아인이 책을 빌려오는 것도,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가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겠다고.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는 것에 매우 취약한 나에게 이 집은 많은 것들을 가능케 해주었다.
잠들기 전, 아인이는 창가로 가 달을 찾는다. 이사 온 집은 꼭대기 층이어서 하늘이 잘 보인다. 나도 같이 아인이 옆에서 달을 본다. 같은 초승달이라도, 같은 보름달이라도 매일 밤 달을 보는 일이 재미있다. 달을 찾는 아인이의 들뜬 목소리도 좋다.
아인이가 잠든 걸 확인한 뒤, 안방에서 나와 내 방으로 간다. 내방! 코골이가 심한 남편과 잠귀가 밝은 나는 아인이가 태어나면서 자연스레 각방을 쓰기 시작했다. 이전 집에서는 남편이 혼자 방을 쓰고 내가 아인이를 데리고 잤는데, 언젠가부터 아인이가 새벽에 일어나 자기 이부자리를 주섬주섬 챙겨 남편이 자는 방으로 가서 자기 시작했다. 그런 패턴이 굳어진 데다가, 내 공간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져서 남편에게 물었다. 내가 방을 따로 쓰는 게 어떠냐고. 남편은 상관없다고 했고 아인이 역시 대찬성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내 방에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집과 사랑에 빠져버렸다. 이전 집보다 평수는 작아졌지만 구조가 괜찮아서 양문형 냉장고를 놓을 자리도 생겼다. 동선이 최대한 짧은 걸 좋아하는 편인데, 이 집은 모든 동선이 최적화되어 있다. 식탁과 부엌과의 거리, 옷방과 세탁실의 거리가 너무나 가깝다. 주방 수전이 싱크대 중간에 있다는 게 이렇게 편할 줄이야! 중문이 있다는 게 이렇게 좋을 줄이야! 그렇게 나는 행복한 마음으로 이 집에 적응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