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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사가랴, 천사를 만나다(1)

예수님의 생애 #2

by Dalgoongjun

안녕, 내 귀여운 조카들! :)


이번엔 사가랴와 천사가 만난 이야기를 해볼까? 사가랴는 세례 요한을 갖기 전에 천사를 통해 그 소식을 먼저 들었어. 사가랴와 엘리사벳이 세례 요한을 갖게 되는 과정은 마리아가 예수님을 갖게 되는 과정과 같은 점이 있어.

1. 둘 다 인간적으로 볼 때 불가능한 상황에서 하나님의 은총으로 임신했어.

- 엘리사벳은 나이가 많아 신체적으로 임신이 불가능한 상태였어.

- 마리아는 남자를 가까이해본 적이 없는 숫처녀(Virgin)였어.

2. 임신에 대해 천사가 와서 알려줬어.

- 세례 요한은 가브리엘이 사가랴에게 와서 알려줬지.

- 예수님은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와서 알려줬어.

3. 세례 요한과 예수님의 이름은 하나님께서 정해 주신 이름이야.

- 당시 이스라엘 사회에서 아들의 이름은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라 짓는 게 일반적이었어. 하지만 요한과 예수님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이름을 가지게 되었지.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해봤으니 이제 사가랴가 천사를 만난 모습을 먼저 살펴볼까?




사가랴, 천사와 만나 세례 요한의 출생에 대해 듣다

누가복음 1:8-25

8 마침 사가랴가 그 반열의 차례대로 제사장의 직무를 하나님 앞에 행할쌔

9 제사장의 전례를 따라 제비를 뽑아 주의 성소에 들어가 분향하고

10 모든 백성은 그 분향하는 시간에 밖에서 기도하더니

11 주의 사자가 저에게 나타나 향단 우편에 선지라

12 사가랴가 보고 놀라며 무서워하니

13 천사가 일러 가로되 사가랴여 무서워 말라 너의 간구함이 들린지라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네게 아들을 낳아 주리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라

(중략)

18 사가랴가 천사에게 이르되 내가 이것을 어떻게 알리요 내가 늙고 아내도 나이 많으니이다

19 천사가 대답하여 가로되 나는 하나님 앞에 섰는 가브리엘이라 이 좋은 소식을 전하여 네게 말하라고 보내심을 입었노라

20 보라 이 일의 되는 날까지 네가 벙어리가 되어 능히 말을 못하리니 이는 내 말을 네가 믿지 아니함이어니와 때가 이르면 내 말이 이루리라 하더라

21 백성들이 사가랴를 기다리며 그의 성소 안에서 지체함을 기이히 여기더니

22 그가 나와서 저희에게 말을 못하니 백성들이 그 성소 안에서 이상을 본줄 알았더라 그가 형용으로 뜻을 표시하며 그냥 벙어리대로 있더니

23 그 직무의 날이 다 되매 집으로 돌아가니라

24 이 후에 그 아내 엘리사벳이 수태하고 다섯 달 동안 숨어 있으며 가로되

25 주께서 나를 돌아 보시는 날에 인간에 내 부끄러움을 없게 하시려고 이렇게 행하심이라 하더라

(대한성서공회, 개역한글판)


오늘 본문을 보면 사가랴는 제사장의 직무를 행하기 위해 성전에 들어가 주의 성소(제사장이 하나님을 섬기는 공간으로 등잔대, 분향단, 진설병*을 관리하는 장소)에 들어가 분향(향을 피운다는 뜻이야)을 하던 중이었어. 제사장이 성소에 들어간 순간은 오롯이 제사장 혼자 있는 순간이었어. 혼자 기도하던 순간 분향하는 단의 오른쪽에서 천사가 나타났는데 아무도 같이 있을 수 없는 공간에 갑자기 누군가 나타났으니 사가랴는 얼마나 놀랐겠어. 그때 천사는 무서워하지 말라고 하며 엘리사벳을 통해 요한을 낳을 것임을 이야기하지.


이 순간을 상상해봐. 성소는 휘장에 가려져 어두운 곳에 하나님께서 꺼뜨리지 말라고 명하신 등잔대의 촛불만 일렁이고 있었을 거야. 제사장인 사가랴는 직무를 행할 때 입어야 할 의복과 장신구를 갖춰 입고 거기서 향을 피워 그 연기가 그 공간을 채우도록 들고 있으면서 기도를 하고 있었을 거야. 오롯이 하나님과 독대하는 신비로운 공간에서 하나님의 사자를 만나는 순간은 특별한 거룩함이 가득했을 것 같아. 어쩌면 판타지 같은 느낌의 공간이었을 모습을 잘 표현한 그림으로 두 장을 찾았어.


하나는 제임스 티소(James Tissot)가 그린 그림이고, 다른 하나는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가 그린 그림이야. 두 그림 모두 사가랴가 성소에서 천사를 만나는 순간의 특별함을 잘 드러내면서 각자의 특징이 두드러지지?


The Vision of Zacharias.jpg 1) The Vision of Zacharias (Vision de Zacharie), 1886-1894. James Tissot ©Brooklyn Museum

티소가 그린 그림을 보면 오른쪽 사람에게 날개가 있고 발이 땅에서 떨어진 것을 보아 천사이고, 왼쪽 사람이 사가랴인 걸 짐작할 수 있지. 사가랴의 발은 땅에 붙어 있어 하늘의 존재와 땅의 존재의 구별됨을 보여주는 것 같아. 그리고 사가랴가 분향한 연기에서 홀연히 나타난 듯한 천사의 모습이 신비함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아. 천사는 한 손은 하늘을, 한 손은 사가랴의 입을 가리키고 있는데, 하늘에서 전하는 말씀을 이야기하면서 믿지 못한 사가랴에게 때가 이를 때까지 말을 못 할 것이라 말하는 것 같아. 제대로 천사를 바라보지 못하는 사가랴의 모습은 두려움과 경건을 드러내는 것 같고 말이야. 주변 공간에 색이 있는 것과 다르게 천사와 사가랴는 흰색과 밝은 회색을 중심으로 색칠해 두 인물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든 것 같아.


The Angel Appearing to Zacharias.jpeg 2) The Angel Appearing to Zacharias 1799–1800, William Blake, The Metropolitan Museum

윌리엄 블레이크의 그림은 티소의 그림과 다르게 평면적으로 표현했는데 색은 훨씬 풍부하게 사용했지. 금색을 주색으로 사용해서 좀 더 화려한 느낌을 나타낸 것 같아. 두 인물 중 날개가 있는 인물이 천사임을 알 수 있고, 맞은편의 인물이 사가랴임을 알 수 있어. 천사와 다르게 사가랴와 분향단에 파란색과 붉은색 계열을 사용해 보는 사람의 시선을 집중하게 만든 것 같고 말이야. 그림 왼쪽의 촛대는 하나님께서 한시도 꺼뜨리지 말라고 명하신 일곱 가지 등잔대로 보여. 가운데에는 사가랴가 분향하고 있는 분향단, 오른쪽에는 진설병을 두는 상처럼 보이는데 이 세 가지 기물로 사가랴가 천사를 만나는 장소가 성소임을 알 수 있어. 그림 윗부분의 밝은 빛은 세상의 빛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혀 있고 등잔대의 촛불만 켜져 있어서 어두운 성소에 하나님의 말씀이 내려온 것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 (성경에서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장면을 표현한 그림들에서 하나님이나 그 말씀은 빛이나 빛줄기로 표현되곤 했어.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알지 못할뿐더러 눈에 보이는 형상으로 그릴 경우 우상처럼 만들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었을 걸로 생각해.) 하늘을 가리키는 천사의 손가락도 윗부분의 빛이 하나님에게서 내려오는 것임을 함께 표현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ㅎㅎ


두 그림은 같은 주제인데 화가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게 재미있지? 여기에 더해 그림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어. 성경 이야기나 신화 이야기는 같은 주제를 많은 화가들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려서 다 달라 보이지만 각 주제별로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상징들이 있어. 그림에 등장하는 상징들을 알면 제목을 보지 않고도 어떤 내용인지 짐작해 볼 수 있지. 어느 정도 그림들의 상징에 대해 알게 된 뒤부터 고모는 미술관 가면 혼자 그림만 보고 제목 맞추기 놀이를 해. 내가 제대로 맞췄을 때의 재미는 꽤나 쏠쏠하거든. ㅋㅋㅋ 그리고 하나둘 상징들을 알면서 그림을 보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되니 꾸준히 그림을 보게 되었어.


서로 다른 화가들이 같은 상징을 사용해 그림 속 이야기를 잘 알아볼 수 있도록 그렸던 그림들의 좋은 예시는 14-16세기경에 그려진 그림들이야. 이때는 기독교가 유럽 문화의 중심이던 시기였는데 당시 일반 시민들은 글자를 몰랐기 때문에 성경 이야기를 알 수 있도록 하려고 그림으로 많이 표현했다고 해. 그래서 그리는 화가가 달라도 같은 주제로 그림을 그릴 경우 사용된 상징들이 비슷했지.


앞으로 고모랑 같이 보고 이야기할 그림들은 14-16세기경에 그려진 그림들이 많을 거야. (고모가 좋아하는 예술가들이 많은 작품을 만들었던 시대거든. ㅋㅋㅋ) 다음엔 이번과 같은 주제지만 15세기경에 그려진 그림을 같이 볼까 해. 고모가 아주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을 소개할게! 자, 다음 그림으로 고고! ;)



*등잔대, 분향단, 진설병

- 등잔대: The Lampstand, 한 줄기에서 여섯 가지가 연결되게 만들어 일곱 개의 촛불이 항상 꺼지지 않도록 관리한 촛대, 출애굽기 25:31-40, 37:17-24

- 분향단: The Altar of Incense, 아침저녁으로 제사장이 향을 피우는 단, 출애굽기 30:1-10, 37:25-28

- 진설병: The Bread of the Presence, 일주일에 한 번 새것을 만들어 성소의 상 위에 차려놓은 떡, 출애굽기 25:23-30, 37:10-16




✻ 참고문헌: LAB 주석 적용을 도와주는 누가복음, 성서유니온선교회

✻ 이미지 출처

1) https://www.brooklynmuseum.org/opencollection/objects/4419

2)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435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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