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한 곳만 응시하며 정해진 대로
언제나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던 나는
어느 순간 진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 순간은 네가 이 세상에 나타난 날이었다.
윤곽이 생기고 그 사이 색이 입혀졌다.
그 색은 희미하던 마음까지도 물들게 했다.
그날로부터 나는 홀로 집에 남은 강아지처럼
그저 네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왜 여태 연락은 없는 건지
왜 아직도 오지 않는지
감히 그런 생각은 할 수도 없었지만
기어코 네가 오기만 한다면
의식 너머에 달린 꼬리는 주체를 못 했다.
기쁨과 슬픔 행복과 우울
사랑과 외로움 기대와 체념을
하나씩 가르쳐 준 네가
재미로 들락거리는 이곳에
나는 터를 이루고 살고 있다.